정부 압박 못 이긴 한전…누진제로 얻은 돈으로 산은 적자 메워

[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한전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등을 통해 얻은 막대한 이익을 세수 부족분과 국책은행의 적자액 보전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한전 이사회 발언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정부가 산업은행의 손실을 메우고자 한전에 과다한 배당을 요구했음을 시사하는 한전의 내부자료가 공개됐다. 


한전의 제3차 이사회 이사별 발언 내용에 따르면, 지난 2월 29일 열린 이사회는 한전의 과다한 배당에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발언록에 따르면, 당시 이사회 의장 등 몇 이사들은 한전의 이익이 강남 본사부지 매각에 따른 특별이익이기 때문에 한전 자산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배당액이 과다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사회 의장의 경우 기획재정부에 과다 배당 결정 철회 요구를 할 수 없는지 물을 정도로 과다한 배당결정에 대한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모 이사는 정부의 과다한 배당 지시가 2015년에 2조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 산업은행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의 배당성향 상향은 기재부가 ‘정부 출자기관에 대한 정부배당정책 방향’ 보고를 발표한 지난 2014년부터 예상된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최근의 어려운 재정상황을 감안하여 배당수입의 합리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배당수입으로 재정 부족을 메우겠다고 발표했다.

홍 의원은 “정부가 정책실패로 인한 대형 국책은행의 적자나 세수 부족 보전을 위해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 과다한 배당을 했음이 이사회 발언록을 통해 드러났다”며 “공기업인 한전으로서는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정부의 결정 과정에 국민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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