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만에 치약 파동 또 터져…식약처는 이번에도 ‘뒷북’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파라벤에 이어 이번엔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이다. 치약 파동이 또 터졌다. 정부의 허술한 안전성 관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관리ㆍ감독 체계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이런 사건은 꼬리를 물 게 뻔하다. 식품ㆍ의약품에 대한 국민 불신은 극에 달하는데 식약처는 조사해보겠다는 안일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6일 아모레퍼시픽이 ‘메디안’, ‘송염’ 브랜드 치약 11종을 자진 회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치약들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알려진 독성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ㆍ메틸이소티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이 들어간 계면활성제가 원료로 쓰였다. 지난 2014년말 발암물질로 알려진 파라벤 치약 파동이 터진 지 2년도 되지 않아 치약이 또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CMIT/MIT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폐 섬유화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유해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파라벤 치약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이 사실을 적발한 주체는 식약처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의 치약이 발각된 사정은 이러하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서 아모레퍼시픽이 미국에 해당 제품들을 수출하려고 미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자료를 추적해 회사 측에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자 회사 측이 서둘러 식약처에 자진 신고를 한 것이다. 식약처는 이번에도 뒷북을 치는 모습이다.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이 함유된 미원상사의 원료를 사용한 업체가 아모레퍼시픽 외에 30여곳이나 더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뒤늦게 27일 오후 이들 30여 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의약외품 등으로 관리가 필요한 치약ㆍ화장품ㆍ구강청결제(가글액) 제조사는 10여 곳이라고 식약처는 밝혔다. 이중에는 애경산업, 코리아나화장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업체의 어떤 제품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해당 업체 제품들이 회수할 만큼 문제 성분을 기준치 이상 사용했는지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또한 식약처는 전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회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만약 이들 회사의 어린이용 치약ㆍ구강세정제 등에도 유해물질이 사용됐다면 파문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치를 할 때 치약을 삼키는 경우가 많은 아이들에게는 유해물질이 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조사, 대형마트 등에는 문제의 치약을 자녀들이 사용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상황이 급박한데도 식약처는 이번에 회수 조치에 들어간 치약에는 CMIT/MIT가 극히 소량 들어 있어 유럽 기준에 비추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만 한다. 하지만 식약처의 주장과 달리 CMIT/MIT는 안전성 문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점차 퇴출되고 있다. 미국 피부염학회는 지난 2013년 MIT를 ‘올해의 알러지 발생 물질’로 꼽기도 했다. 유럽집행위원회(EC) 산하 과학자문단인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Scientific Committee on Consumer Safety)는 양과 상관없이 MIT가 들어간 제품 사용은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설령 소량이라고 해도 MIT에 매일 노출된다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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