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 관대한 法] 몰카 찍은 휴대폰, 복원·유포하면 어쩌려고 돌려주나요?

배우자 명의 개통 등 이유로

몰수형 선고 안한 사건 13.4%

숨겨진 파일도 찾아 압수해야

A 씨는 2013년 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여성의 치마 속을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로 몰래 촬영했다. 그는 이같은 방법으로 2012년 9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696회에 걸쳐 여성들의 신체 부위를 몰래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이 담긴 휴대폰은 압수됐고 A 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법은 A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수강을 명령했다. 그러나 문제의 휴대폰에 대해선 몰수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원치 않게 몰카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들은 자신의 신체가 찍힌 것만으로도 충격이 크지만 그 영상이 유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또 한번 시달리게 된다. A 씨 사례처럼 휴대폰을 압수까지 해놓고 법원이 몰수형을 선고하지 않으면 휴대폰을 소유자인 A 씨에게 돌려줘야 한다. 결국 A 씨가 얼마든지 휴대폰 속 영상을 복원해 유포할 가능성을 남기는 것이다.

몰카범죄에 대해 법원이 휴대폰 몰수를 하지 않는 사례도 많아 피해자들은 영상 유포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몰카범죄 관련 이미지.

김영미 변호사는 이에 대해 “유포를 미연에 방지하고, 피해자들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촬영매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몰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 주최로 지난 26일 열린 ‘온라인 성폭력 실태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이처럼 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 관련 수사기관과 법원 판결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선을 주문했다.
김현아 변호사가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 각급 법원에서 확정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판결 1541건을 분석한 결과 무죄가 선고된 9건을 제외한 1531건 중 몰수형이 선고된 사건은 1326건(86.6%)이었다. 반면 몰수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도 205건(13.4%)에 달했다. 그 중 몰카 영상이 담긴 휴대폰이 범인 소유가 아니어서 몰수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2014년 서울중앙지법은 “휴대전화가 피고인의 배우자 명의로 개통됐고 배우자가 구입대금과 요금을 꾸준히 납부해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범인이 아닌 자의 소유이기 때문에 몰수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영미 변호사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경우 현행법상 반드시 몰수하도록 하는 ‘필요적 몰수규정’이 없어 형법상 임의적 몰수규정이 적용된다”며 “카메라가 누구 소유인지에 관계없이 피해자는 복원과 유포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필요적 몰수규정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로 꼽힌다. 여성변회 조사에 응답한 피해자 국선변호인들은 수사기관이 가해자 자택에 있는 컴퓨터와 USB 등 다른 저장장치는 적극적으로 수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이폰에 연동되는 아이클라우드나 네이버가 제공하는 네이버 클라우드 앱이 등장하면서 몰카 촬영물을 저장할 경로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미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카메라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집과 직장에 보관하고 있는 컴퓨터와 USB, 클라우드 앱까지 수사해 촬영물을 압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카카오톡 등으로 유포된 촬영물을 다운받은 제3자의 휴대폰과 그 파일까지 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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