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위해 노사가 뭉치는 폴크스바겐 VS 불매ㆍ긴급조정까지 부른 현대차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현대차 노사가 임금협상 매듭을 짓지 못하면서 하투(夏鬪)를 지나 추투(秋鬪)로 악화되고 있다. 계속되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에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현대차에 3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손실이 발생했다. 급기야 현대차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체들에까지 연쇄적 영향이 가해지며 손실액이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같은 시기 독일에서는 디젤게이트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폴크스바겐이 부활을 위해 비용감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폴크스바겐 노사가 한뜻으로 이 방안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폴크스바겐 노조는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현대차 노조보다 훨씬 더 막강한 힘을 보유했지만, 사운 앞에 공동운명체로서 대승적 방안을 제시했다. 


29일 외신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노조와 일자리와 투자 관련 최종 합의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폴크스바겐 사측은 엔진과 관련 부품을 만드는 독일 공장에 2개의 전기차 모델 생산을 맡기겠다고 노조 측에 제안했다. 2025년까지 향후 10년간 30종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폴크스바겐이 초기 단계부터 자국 생산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 앞서 지금 공장 규모를 줄일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비용절감 측면에서 부품 생산을 아웃소싱업체에 개방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에 대해 폴크스바겐 측은 조만간 이 같은 양자 제안을 담은 합의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독일 현지 시장에서는 폴크스바겐 노사의 의견 접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 노조는 전체 20개 이사회 자리 중 9석을 차지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음에도 노조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 회사 전체의 미래를 위해 외주 수급을 제시한 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다만 사측이 일자리 감축과 명예퇴직안 등의 고강도 구조정안을 꺼낼 경우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현지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폴크스바겐 비용감축안 협상이 비교적 순조롭다며 폴크스바겐 주식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노사 협상에 발목이 잡히며 지난 5월 이후 4개월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7% 줄고 2년 연속 판매목표치 미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 현대차 노조는 추가적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27일 노조에 기존 안에서 2000원 오른 기본급 7만원 인상과 주간연속 2교대제 포인트로 10만 포인트(현금 10만원과 동일)를 지급하겠다는 안을 추가로 냈다. 하지만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잠정합의안은 결국 무산됐다. 


교섭 결렬까지 가진 않았지만 당분간 현대차 노사는 냉각기를 거칠 전망이다. 이에 이달에는 교섭이 재개되지 않고 다음달로 넘어가야 다시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서 1차 잠정합의가 나왔다는 것은 수개월 동안 사측이 논의한 끝에 노조 집행부가 공감했다는 의미인데 결국 노조 내에서 조율이 안돼 부결된 점이 가장 아쉽다”며 “이제는 회사 내부의 문제를 넘어 이제 국가 경제적 손실이 불어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대차 파업에 따른 피해가 관련 중소기업체로 번지자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현대차 불매운동을 검토하고 있다고까지 밝혔다.

정부도 현대차 파업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자 급기야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하는 조치를 말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이번에 현대차 노조에 발동될 경우 1993년 현대차 노조 파업 당시 이후 23년 만에 재현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긴급조정권까지 갈 경우 노사 양측이 더욱 코너에 몰리게 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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