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가시장 조정자로 귀환

러·이란에 감산 합의 끌어내

국제원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공급조정자’(Swing Producer) 사우디아라비아가 귀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8일(현지시간) 알제리에서 진행된 석유수출기구(OPEC) 비공식 회의에서 원유감산 합의를 이끌어냈다. ‘모두가 감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공급조정자로서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한 만큼 생산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 덕분이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탈 원유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CNBC에 “사우디 원유정책의 실패를 반증한다”며 “재정악화와 정치불안이란 역풍에 맞은데다 가장 많은 규모의 감산까지 감당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킬더프는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격 안정을 위해 이란에 굽실거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4년 11월 OPEC에서의 공급조정자 역할을 거부하고 미국 셰일가스와 비OPEC국가 들 간의 증산경쟁에 나섰다. 비OPEC국가와 미국 셰일가스 생산 등으로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감산보다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가폭락을 통해 미국 셰일기업과 같은 고비용 생산자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증산전략은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 국가들에게 독(毒)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했다. 지난 2년 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외환보유고도 20% 가량 감소했다. 공무원의 상여금을 취소하고 석유ㆍ유틸리티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대대적인 긴축재정이 이뤄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내부에서는 정치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유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러시아와 이란에 협조적인 자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원자재전략가는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며 “알팔리 장관의 결단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패배의 문턱에서 승리를 쟁취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11월 OPEC 회의를 앞두고 OPEC 회원국들의 감산량과 비OPEC국가들의 감산합의를 이루기 위한 외교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OPEC은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국가별 생산 할당량을 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OPEC회원국들은 생산량을 어떻게 배분할 지를 놓고 갈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재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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