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 기각 이후] 檢, 대기업 수사 ‘수모의 역사’

포스코 수사 ‘요란한 빈수레’ 뒷말

KT&G 前사장 등 1심서 무죄 선고

특별수사 근본체질 변화 목소리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가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검찰의 대기업 수사 ‘잔혹사’가 올해도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과거 경영비리에 연루된 재벌 총수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안팎으로부터 대기업을 비롯한 특별수사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언급된다.

29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작년 8개월 동안 이어졌던 포스코그룹의 비리 의혹 수사를 놓고 ‘요란한 빈수레’로 끝났다는 뒷말이 적지 않았었다. 당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부정부패와의 전쟁’ 담화 직후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사실상 청와대 하명(下命)에 의해 착수된 수사가 아니냐”는 등 포스코 수사는 출발선부터 비판에 시달렸다.

여기에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된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 연속 기각되고,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재계의 반발만 거세졌다. 검찰의 수사력을 두고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납품 편의와 인사청탁을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된 민영진(58) 전 KT&G 사장과 주요 방산비리 사범들이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 같은 논란이 더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지난 6월부터 본격화한 롯데 수사를 놓고도 수사 동력 약화 등 작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 26일 신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전후로 재계 5위 대기업의 경영권 향배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취임 초기부터 부정부패 수사를 강조해 온 김수남 검찰총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부패사범 수사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효율적인 수사시스템을 강구하고 특별수사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최정예로 구성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신 회장 영장까지 기각되면서 기존 수사 방식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원로 법조인은 “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정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속은 가급적 최소화하는 등 불구속 수사원칙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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