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 기각 이후] ‘100일 야심찬 수사’ 난감한 상황… 檢, 영장 재청구·불구속기소 갈림길

롯데그룹 비리 의혹의 최정점에 선 신동빈(61) 회장의 구속영장이 29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이제 관심은 검찰의 향후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일 신 회장을 상대로 18시간에 가까운 조사를 벌인 검찰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6일 만인 지난 26일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재계 5위의 대기업인 만큼 검찰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룹 내 경영권 향배 등을 고려해 여느 때보다 신중한 자세로 접근했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구속수사 의지를 보인 검찰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지난 6월 10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100일간 공들여온 기업 수사가 자칫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은 그동안 신 회장의 배임ㆍ횡령 혐의 액수가 작지 않고,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세웠다. 롯데그룹 수사가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 후 첫 재벌기업 수사라는 점에서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경우 향후 재벌 수사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이 보강 수사를 거쳐 신 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2013년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조석래(81) 효성그룹 회장 역시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구속을 면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범죄혐의의 소명정도와 조 회장의 건강 상태 등을 두고 재청구 여부를 고민하다가 결국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밝힌대로 롯데그룹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영장 재청구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대로 검찰이 구속수사 의지를 접을 경우 향후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의 비자금에 관해 좀 더 심도 깊은 질문이 있을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보였다.

롯데케미칼은 270억원대 소송 사기와 200억원대 통행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 역시 300억원대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된 상황이다. 검찰은 여기에 신 회장이 가담하거나 지시했을 것으로 의심해왔지만 영장 기각으로 더 이상의 규명은 어렵게 됐다.

9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롯데홈쇼핑 수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당초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후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었다.

이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7) 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신 회장을 비롯해 신 총괄회장,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을 일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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