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용후핵연료 포화율 ‘심각’…재처리방식 놓고 갈등은 ‘여전’

- 정부, 핵폐기장 면적 줄이고 핵확산 저항성 높은 ‘파이로’ 내년부터 실험 본격화

- 시민ㆍ환경단체 “경제적ㆍ기술적 타당성 부족…관련 논의와 사회적 합의 필요”

[헤럴드경제(대전)=박세환 기자] 원자력발전소 내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저장률이 포화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내년부터 본격화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6월 현재 4개 부지 25개 임시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가능 용량 중 82.8%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지역별로 월성 원전 부지가 저장 용량 포화율이 가장 높은 83.5%였으며, 이어 한울 부지(71.6%), 고리 부지(71.0%), 한빛 부지(64.7%) 등의 순이다. 호기별로는 한울2호기(97.1%), 월성3호기(94.8%), 고리3호기(94.5%), 고리4호기(92.2%), 한울 1호기(91.0%) 등이 포화율 9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핵폐기물 저장 능력이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르는데 사용후핵연료 처리 대책에 대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실험시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량 감축과 처분면적 축소, 관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인 ‘건식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개발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그 한 가지는 습식재처리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사용후핵연료를 질산에 녹여 액체로 만든 다음 핵연료만 뽑아내는 방법이다.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핵확산 우려가 높아 미국과 프랑스 등 핵 보유국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방식은 건식재처리 기술로,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유용한 핵물질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이 기술을 1997년부터 꾸준히 연구해왔다. 2007년엔 전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기술개발에 착수했으며 2012년엔 전용 실험시설인 ‘프라이드’를 완공해 현재까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습식재처리처럼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핵반응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불순물이 같이 나오기 때문에 핵확산 방지 효과가 크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파이로프로세싱 시험설비인 프라이드(PRIDE)에서 로봇팔을 이용해 핵연료봉을 재활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안도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공정개발부장은 “파이로프로세싱은 초우라늄 등의 독성 불순물은 99.9% 걸러낼 수 있어 재활용을 반복하면 매번 재활용 핵연료의 무게가 20%씩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또 폐기물의 부피를 최대 225분의 1로, 무게를 5% 미만으로 줄일 수 있어 30만 년에 이르던 폐기물 처분 시간도 300년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학계, 시민ㆍ환경단체들은 파이로프로세싱이 경제적ㆍ기술적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재생된 핵연료는 기존의 원자로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고속로’라는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를 개발해야 한다는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선임연구위원은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개발에 수십조원의 비용이 드는 반면 효과는 없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을 놓고 서로 엇갈린 의견들이 대립하면서 저장시설 포화와 매년 750톤 정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은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고철환 서울대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각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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