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진의 예고편] ‘그물’, ‘대중적’ 김기덕이 말하는 南과 北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그동안 그물을 너무 많이 쳤나 봅니다. 이젠 내가 그물에 걸려버렸어….”

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되어버렸다. 한 번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살아서 빠져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김기덕 감독이 그 물고기의 치열하고도 가련한 움직임을 영화에 담았다. 남북으로 분단된 한국사회가 커다란 ‘그물’이고, 여기에 걸려 발버둥치는 물고기는 한 인간이다. 오는 10월6일 개봉을 앞둔 영화 ‘그물’이다.

황해남도의 한 해안가 마을에 사는 어부 철우(류승범)는 아내와 어린 딸을 둔 평범한 남자다. 전 재산은 10년 동안 겨우 모아 장만한 배 한 척. 이 배를 몰고 바다에 나가 이런저런 물고기를 잡아 팔아 먹고산다. 어느날 또 바다에 나가려는 그에게 보안소 직원이 묻는다. “물길이 남쪽이야. 이건 그냥 농담인데, 배가 남쪽으로 가면 배를 버릴 수 있겠어?” 그러자 그는 대답한다. “이 배가 내 전재산이어서리.”


운명의 장난처럼 그날 그의 배는 남쪽으로 떠밀려 내려온다. 쳐 놓은 그물이 배의 모터에 걸려 배가 고장 나버린 것이다. 배를 버리지 못한 그는 군사분계점을 넘어 철책이 남아 있는 남한의 한강변에 정박한다. 곧 나타난 낯선 사람들은 그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이동시킨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남한의 발전한 도시나 사람들을 보지 않으려 한다.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간첩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어두컴컴한 지하 조사실이 되어서야 눈을 뜬다. 하지만 그 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고 답 없는 조사다. 간첩 잡기에 혈안이 된 정보요원(김영민)은 심리적으로 그를 압박하면서 ‘자백’을 받아내려 한다. “잠재적 간첩”이라는 것이 정보요원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철우는 과연 가족들이 기다리는 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북에 돌아가서도 사상의 위험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앞서 ‘붉은 가족’이나 ‘풍산개’에 이어 김기덕 감독이 또 한 번 남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가지고 돌아왔다. 김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개인적으로 ‘붉은 가족’과 ‘풍산개’의 연장선상에서 남북 문제를 거론하고 싶어 만든 영화”라면서 “이 영화를 계기로 우리 스스로를 진단하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물’은 국가, ‘물고기’는 개인”이라고 영화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로서는 드물게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뫼비우스’(2013)에서 근친상간이라는 소재와 선정적 묘사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기도 했던 김 감독이라 ‘그물’에서의 변화가 눈에 띈다. ‘그물’은 제작비 1억5000여 만원에 단 열흘간 촬영됐다.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제4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외신들로부터 “김기덕 감독의 도전적인 변화”(할리우드 리포터), “이데올로기에 갇힌 한 인간의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작품”(버라이어티) 등 호평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10월13일 개봉하는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자백’과 놀랍도록 닮았다. 간첩을 만들어서라도 체제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사회, 그리고 거기에 희생되는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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