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국회] ‘새누리-정의장’ 쫓고 쫓기는 007작전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여의도에서, 국내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한남동 공관에서 영화 007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추격전이 펼쳐졌다. 이른바 ‘김재수 사태(지난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를 계기로 촉발된 여야의 대치정국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집권 여당 소속 의원들과 입법부 수장이 벌인 ‘천태만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타협 없이 쫓고 쫓기기만 하는 양측의 모습이 우리 국회의 민낯을 드러낸다”는 지적과 함께 “하루빨리 국정감사에 정상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기선ㆍ김명연ㆍ김상훈ㆍ박대출ㆍ박덕흠ㆍ박맹우ㆍ박인숙 ㆍ오신환ㆍ이완영ㆍ이채익 등 새누리당 재선의원 10여명(이상 가나다순)은 29일 이른 아침 정 의장을 만나기 위해 기습적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찾았지만, 면담은 불발됐다. 정 의장이 개인일정을 이유로 일찌감치 공관을 떠난 탓이다. 이들 ‘재선그룹’은 전날 모임에서 기습면담을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공관 경비반장과 작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명연 의원은 “정 의장의 출근 시간에 맞춰 왔는데 자리를 일부러 피한 것 아니냐”며 “경비반장은 우리가 불한당도 아니고 (왜 출입을 막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폭력을 행사할 의도도 없는데 경비반장이 문을 걸어잠그고 있다”며 “국회의장이 정상적 면담도 거부하고 불통으로 일관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완영 의원은 “정 의장이 퇴근 시에도 공관에 못 들어가게 할 것”이라며 “(정 의장은) 공관을 쓸 자격이 없다.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 매일 아침과 저녁 (공관으로) 출근해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해 ‘장외 충돌’ 상시화 가능성도 암시했다.

새누리당과 정 의장의 추격전은 지난 28일에도 벌어졌다. 당일 아침 새누리당 초선의원단은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정 의장 국회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 의장은 외부 일정을 이유로 국회에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양측의 대면은 불발됐다. 정 의장과 새누리당의 대립이 ‘대화를 통한 타협’ 대신 ‘장외 홍보전’ 위주로 길어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감에 정상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힘을 얻는다. “양측의 모습처럼 쫓고 쫓기기만 해서는 입법부의 책무를 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국감 복귀를 선언한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도 문자를 통해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에 책임을 지겠다”며 “국방위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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