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첫 재판…“경찰, 자기들에 유리한 자료만 제출”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투병하다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측이 법정에서 “경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만 법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2부(부장 김한성)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 기일에서 백 씨 측 법률대리인은 “경찰은 백 씨가 불법시위를 했다고 강조하기 위해 많은 동영상을 제출했지만, 백 씨가 살수(撒水) 행위로 쓰러지는 장면은 생략했다”고 밝혔다.

이에 백 씨 측은 경찰에 해당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백 씨 측은 또 살수 차량에 대한 현장검증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CCTV 화면 [자료제공=민변]

백 씨 측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사람 모형을 세워둔 뒤 물대포를 쏴 일정한 거리에 따라 분사되는 물의 세기를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또 살수차를 조작했던 경찰에 대해 당사자 신문을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살수차 교육을 담당자를 증인으로 신청할 방침이다.

아울러 백씨 측은 해당 살수차 조작자에 대한 서울지방경찰청의 감찰 자료, 살수차 업무 매뉴얼도 요청했다. 이는 살수차를 조작한 자의 과실 여부를 가리기 위함이라고 백 씨측 대리인은 설명했다.

또 살수 행위와 백 씨의 사망 간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고인의 CT촬영지를 포함한 의무기록지 전체에 대한 감정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가 측은 “백 씨 측에서 서면이나 신청서를 내면 대응하겠다”며 의견 발표를 미뤘다.

재판이 끝난 뒤 백 씨의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기자들과 만나 “소송이 제기된 당시와 달리 백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위자료를 증액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변 관계자는 “오늘 재판에서 나온 내용 외에도 논의를 거쳐 백 씨의 사인(死因)을 ‘병사(病死)’로 처리한 서울대 병원의 책임을 묻는 등 쟁점을 추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백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중태에 빠졌다가 지난 25일 숨졌다. 

유족은 고인의 생전인 지난 3월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총 2억 4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피고는 국가,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당시 현장책임자, 살수차 운용책임자, 살수차를 조작한 경찰관 등 총 7명이다.

한편 현재 유족과 경찰은 백 씨의 부검을 놓고 대립 중이다. 앞서 경찰은 검찰을 통해 백 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유족과 장소와 방법등을 협의하라”는 조건을 달아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유족은 백 씨의 의료기록과 사고 당시 폐쇄회로 영상에 기초했을 때 사인은 명백하다며 여전히 부검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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