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융성의 민간엔진으로 환골탈태해야 할 통합재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일 청와대와 대통령 ‘비선실세’가 재단 설립과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10월 중 해산하고 문화ㆍ체육사업을 아우르는 신규 ‘통합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때맞춰 K스포츠재단의 2대 이사장 정동춘 씨는 29일 사임했다. 재단 이사들도 일괄 퇴진했다. 정씨는 “재단에 쏟아진 많은 의혹과 오해 속에선 더 이상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퇴를 결정했다”고 했다. 정씨는 ‘이사진의 사퇴가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들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통합재단에 경제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책임성을 확보하고, 논란이 된 이사 선임 등에 대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단체들로부터 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명망 있는 문화·체육계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전문성을 강화하고, 매년 두차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경영감사를 해 그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당초 10월초까지 마무리 지으려던 일을 좀 더 빨리 발표한 것이다. 그만큼 심각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전경련이 책임지고 투명하게 전문성있는 일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다. 잘한 일이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일이다.

의혹이야 어찌됐든 없애버릴 재단이 아니라면 잘못된 건 빨리 바로 잡고 앞으로 해 나갈 일을 걱정하고 준비해하는 게 정상이다. 국정감사에서까지 논란이 됐으니 설사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한 재단이었다 해도 이미 실효성은 없어졌다. 게다가 문화융성이란 두 재단의 당초 설립 목적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보완할 민간기구의 필요성도 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맞추느라 회의록마저 조작하는 등 불투명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목적 자체까지 불순해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제 새로 탄생할 통합재단은 문화융성의 민간엔진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건 경영감사의 형식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알맹이까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퇴한 정씨는 정통 태권도시범단 운영 및 태권도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도서지역 어린이 체육활동 지원 등 K스포츠가 다양한 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 당시 태권도 시범을 보였던 ‘K스피릿’을 K스포츠재단이 섭외했고 그 과정에서 인맥을 동원한 수의계약이 이뤄졌다고 폭로되는 등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누군가 들이대고 파지 않았으면 감춰 지나갔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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