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PEC 감산 합의, 고유가시대 도래 신호탄인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8일(현지시각)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전격 합의했다. 당초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게 중론이었다. 감산을 고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 등 증산을 요구하는 회원국간 입장이 워낙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우디를 포함한 OPEC 회원국 대부분이 국제유가 폭락으로 경제가 ‘위기상황’에 이르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이다. 이번 OEPC 결정은 심지어 경제회복의 악재로 거론될만큼 폭락한 유가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실제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상을 깬 합의에 국제 원유시장은 그야말로 화들짝 놀란 모습이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 인도물이 5.3% 급등한 47.05달러에 마감되며 5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세계 주요 증시도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지수가 0.5% 이상 상승하는 강세를 보였다. 한국 코스피도 전날보다 0.7% 이상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OPEC 감산결정이 침체 늪에 빠진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OPEC 회원국의 감산합의로 당장 세계 경제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 우선 11월 OPEC 총회에서 회원국간 감산량을 확정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여기서도 이해가 엇갈리면 합의는 얼마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감산량도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하루 생산량을 3250만~3300만 배럴로 줄인다지만 그 정도로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정한 원유 수요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 회원국인 러시아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또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내년까지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가의 급격한 반등은 제한적이란얘기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국제유가 추이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짚신과 소금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처럼 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이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이 된서리를 맞은 것은 저유가의 그늘이다. 반면 자동차 항공산업은 그 반대로 움직인다. 유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유가 시대의 끝이 일단 꼬리를 드러낸 만큼 유가 상승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저유가 경제에 이미 익숙해진 상황에서 덜컥 고유가 환경이 닥치면 자칫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탈 석유시대를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국제유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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