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사법시험 ①] 50여년 익숙함과의 작별…법조계는 대지각변동

-잇단 ‘판검사 비리’에 국민들 실망…기수ㆍ접대문화 변화 조짐
-“고비용ㆍ부정입학 개선해야” 사시 폐지로 시험대 오른 로스쿨

[헤럴드경제=양대근ㆍ고도예 기자]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법조인 양성을 지탱해 왔던 사법시험이 지난 2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사실상 폐지가 확정되면서 법조계는 이제 본격적인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여기에 28일부터 공식화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기수문화 등 과거의 법조계 관행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변 5000명 시대’ 그들만의 리그 변화할까=올해는 특히 고위 판ㆍ검사와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비리 소식이 끊이질 않으면서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 이면에는 지연ㆍ학연ㆍ사법연수원 기수 등을 중심으로 얽혀있는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로스쿨 출신의 법조인 증가가 이러한 문화에 변화를 줄 수 있을 지 주목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개업해 활동하고 있는 전국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4316명으로 전체 변호사 1만7800여명 중 약 24%를 차지한다. 여기에 제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1581명 중 약 1000명이 6개월 간의 연수를 마치고 조만간 변호사 등록을 할 것으로 예상돼 오는 11월에는 로스쿨 변호사 5000명 시대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숫자 증가에 따라 판ㆍ검사 등 공직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로스쿨 출신을 판사로 임용했고, 법무부는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 의약분야 전문가, 회계법인 근무 경력자, IT업계 종사자 등 다양한 전문 경력자를 검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방에서 로스쿨 변호사들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점도 눈에 띈다. 일례로 광주ㆍ전남 지역을 관리하는 광주지방변호사회의 로스쿨 변호사는 27%를 차지하고, 전북지방변호사회에 소속된 로스쿨 변호사 비중은 이미 30%를 넘겼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법조인 양성을 지탱해 왔던 사법시험이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폐지가 확정된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과거의 법조계 관행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헤럴드경제DB]

서울 서초동의 한 중견 로펌 대표변호사는 “현재 소속 변호사 가운데 15%가 로스쿨 출신인데 사시 출신과 비교해 능력에서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사회생활 경험이 많은 것이 강점”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로스쿨 변호사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안모(33) 씨는 “로스쿨 입학년도로 기수가 부여되기는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며 “서로가 선후배라는 의식도 강하지 않고 기수보다는 나이나 사회생활 경험 등을 더 중요하게 따져 본다”고 했다.

▶“로스쿨 보완할 점 많아” 국민신뢰 못 얻으면 ‘사시 부활론’ 커질 듯= 하지만 부정입학과 금수저 논란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로스쿨 제도가 이번 사시 폐지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월 교육부가 로스쿨 입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잇따른 고위층 자녀들의 부정입학 논란이 불거지며 ‘음서제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법조계에 불어닥친 초유의 불황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변호사 합격자 증가로 구직 희망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일감 한파가 지속되면서 개인사무소부터 대형로펌까지 신규 변호사 채용 규모를 대폭 감축하거나 아예 채용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로스쿨 졸업생이 정규직을 포기하고 일반 계약직 직원으로 취업하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법조인 양성을 지탱해 왔던 사법시험이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폐지가 확정된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과거의 법조계 관행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헤럴드경제DB]

재경지법의 한 중견판사는 “과거에는 사시를 통해 단박에 신분상승을 한다든지, 한번에 무언가 되는 것을 바랐고 실제로 그런 면도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며 “서서히 교육을 통해 올바른 법조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고비용과 부정입학 같은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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