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실력이 없다? 인디계, 뿌리깊게 박힌 ‘편견’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어느 분야든 고유의 ‘편견’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소수 전문가 집단이라면 이는 더 두드러진다. 뮤지션들의 세계에도 그들만의 고집, 그로부터 나오는 편견이 있다. 가요계, 더불어 인디계의 ‘구분 짓기’를 짚어봤다.

▶아이돌은 실력이 없다?= 가요계에 가장 대표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편견은 ‘아이돌은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인디가수와 아이돌을 구분 짓더니, 이 두 단어는 ‘실력’까지 불이 번졌다.

평론가들은 “근거도 없이 뿌리깊게 박힌 편견”이라고 입을 모은다. 음악평론가 미묘(본명 문용민)는 “요즘 아이돌의 실력이 부각되는 음악, 춤 프로그램이 많아 편견이 많이 깨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며 “사실 그 이전부터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특히 “‘인디’라는 말이 아이돌과 반대되는 개념 정도로 쓰이면서 아이돌은 실력이 없고, 인디는 그렇지 않다는 편견(음악평론가 미묘(본명 문용민))”이 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계 관계자들도 “실력 있는 애들은 다 대형기획사 아이돌로 가 있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인디신에 실력파들도 많지만, 아이돌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팀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인디가 아이돌과 달리 실력이 좋다는 이미지가 고착화 된 것도 또 하나의 편견”이라고 말한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밴드신과 힙합신이 가장 뿌리 깊다. 대형 기획사가 야심 차게 내놓은 밴드도 홍대 인디신을 주름잡고도 남을 실력파로 구성됐지만, 인디신이나 대중들도 실력을 외면했다. FT 아일랜드의 송승현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돌 밴드라고 인디신에서 무시를 많이 당했다”며 “사실 우리 멤버들이 연주는 더 끝내주는데 아이돌이라고 덮어두고 무시할 때마다 화가나고 속상했다”고 고백했다. 이는 비단 밴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돌 래퍼’라는 주홍글씨가 실력까지 재단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한 유명 모 음악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이돌 평론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음악평론계마저 아이돌 음악에 대한 편견이 뿌리깊다는 걸 보여준다.

[사진=‘난장페스티벌’ 제공]

▶대중문화와 타협하면 ‘배신자’?= ‘대중가요’에 편입되는 것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도 팽배하다. 인디와 대중가요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 인디신을 벗어나 유명해지거나, ‘상업적인 노래’를 하는 걸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힙합신과 록신의 경우 더욱 폐쇄적이다.

인디가 언더그라운드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방송’을 통해서였다. Mnet ‘쇼미더 머니’와 KBS2 ‘탑밴드’ 등 인디신의 힙합과 밴드를 대중 앞에 세웠다. 당시 인디계는 “처음엔 방송에 나가면 배신자”라며 “방송에 나가는 것 자체를 좋지 않게 봤다(밴드 스트릿건즈)”고 한다. 만약 나가기라도 한다면 “대중문화의 논리에 타협한다”는 비판도 함께였다. 스트릿건즈가 ‘탑밴드’에서 높게 올라가자, “저건 록이 아니라 가요”라는 비아냥도 많았다고 한다. 스트릿건즈는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노래를 만들길 원하는데, 대중가요는 하지 않겠다면서 인정은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Mnet 쇼미더머니 방송화면 캡처]

로이킴은 “상업적인 노래와 그렇지 않은 노래를 나누는 게 무의미하다”며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들어주는 음악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록의 대중화를 이끈 크라잉넛 역시 “대중가요와 그렇지 않은 가요를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음악은 다 같은 음악인데 ‘장르’라는 이름 아래 누구는 정통이다, 누구는 대중가요라고 재단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역설했다.

‘쇼미더머니’ 역시 매 시즌마다 출연자가 늘어나는데,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의 B모 래퍼는 “나도 처음엔 언더그라운드의 자존심 때문에 나가지 않았다가 그 다음 시즌에는 나가게 됐다”며 “나 자신이 가진 편견을 깨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깨고 보니 오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국카스텐도 콘서트에서 “언더그라운드에서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고백했지만 일부 인디계에서는 “방송에 나가 유명해 졌다”며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하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인디 가수는 꼭 비전공 가여야 하나요?= 또 다른 ‘구분 짓기’의 피해자는 ‘실용음악과 출신’이다. 보컬트레이너 등도 포함된다.

7명 멤버가 모두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구성된 인디밴드 오리엔탈쇼커스도 대상 중 하나다. “이쪽 인디계에서는 실용음악과 나왔다고 하면 인정을 안해주는 경향 (오리엔탈쇼커스)”이 있다. 이유는 “전공자들은 배운 틀 안에 갇혀 있을 거라는 편견”이다. “인디는 뭔가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하고, 사교육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온전히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성이 오히려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배워 온 걸로 가르치려 든다, ‘선생질’하려 한다”부터 “비전공자가 타고난 능력에 의해 음악을 하는 게 더 멋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까지 실용음악과 출신을 비롯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디 뮤지션에 대한 편견이 짙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인디계에는 명문대 출신인데 취미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비 전공자가 사교육의 힘을 받지 않고 혼자 익혀 작사, 작곡, 노래를 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더 높게 평가되는 게 사실”이라며 “천재성이나 순수성에 대한 집착이 일부 작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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