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정치] “정의화 직무유기”라던 새누리, “정의화 본받으라”하는 새누리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정의화의 재발견’이다. 지난 2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가결 직후부터 대야(代野)ㆍ대정(代丁, 정세균 국회의장) 투쟁에 전념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야기다. 10개월 전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쟁점법안 직권상정(심사기일 지정) 거부를 ‘직무유기’이자 ‘의회주의 파괴ㆍ해당 행위’로 규정하던 소속 의원들이 이제는 연일 “정세균 의장은 정의화 전 의장을 본받으라”고 한다. 당의 ‘주적’이던 정의화 전 의장이 정세균 의장을 압박하는 ‘주무기’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재발견의 이면에서는 새누리당의 ‘자가당착’도 발견된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정세균 의장은 19대 국회 후반기 ‘우리 당 편을 들어달라’고 할 때 단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았던 정의화 전 의장을 반이라도 닮으라”고 했다. “여야 간사의 합의 없이 본회의 차수를 변경,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상정한 것은 불법이자 부당한 행위”라는 것이 권 의원 주장의 핵심이다. 정의화 전 의장을 향한 재평가는 전날에도 쏟아졌다.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인 이정현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의화 전 의장 등 중립적인 입장에서 협치를 이끌려 했던 선배들의 의회주의를 정세균 의장이 무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10개월 전만 해도 정의화 전 의장을 향한 새누리당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정의화 전 의장이 “여야가 함께 동의할 수 있는 법안만 직권상정할 수 있다”며 노동개혁 5법 등의 직권상정을 거부하자 새누리당에서는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언사가 줄줄이 터져 나왔다. 당시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 해임결의안 제출하자”, “릴레이 단식투쟁에 돌입하자”, “의장실을 점거하자”, “법안상정을 막는 야당의 부당 행위에 의장이 동조해선 안 된다”, “의장은 어디(어느 당)서 왔느냐,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이냐”, “해당 행위를 했으니 호적에서 파자”고 했다.

특히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박(親박근혜)계 조원진 의원은 당시 “국회의원 150명 이상이 요구하고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총 130명의 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고, 160명에게 찬성표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정세균 의장에게 무작정 포화를 쏟아붓기는 어려운 셈이다. 다만, 새누리당이 정세균 의장 중립의무 위반의 증거로 내세운 ‘맨입’ 발언은 법리를 떠나 도덕적 차원에서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세균 의장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든 뭐든 갖고 나오라는데 그게 안 돼. 어버이(청문회) 둘 중 하나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냥 맨입으로 안 되는 거지”라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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