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性 ①] ‘폐쇄적 軍문화’ 성범죄 3년새 2배…근절 왜 안되나

-여군 대상ㆍ동성 간 성범죄 급증세…年 700건 육박

-온정주의와 솜방망이 처벌 등 원인 지목 “일벌백계해야”

[헤럴드경제=양대근ㆍ고도예 기자] #1. 강원도 전방의 모 육군사단 중대장이었던 김모(29ㆍ예비역 대위) 씨는 지난해 6월 전역하기 전까지 사병들을 상대로 성추행과 가혹행위를 일삼다 군 검찰에 기소됐다.

몇몇 사병의 가슴을 꼬집거나 성기를 강제로 잡아당겼고, 또다른 사병에게는 ‘엎드러 뻗쳐’를 시킨 뒤 진압봉으로 항문을 쑤시고 젖꼭지를 비틀기까지 했다. 후임들과 시끄럽게 장난을 치고 화장실 청소를 제대로 끝내지 않았다는 게 이 같은 성추행과 가혹행위의 이유였다. 김 씨는 심지어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있는 부하 11명의 벗은 몸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저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김 씨가 훈육을 목적으로 장난스럽게 한 행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지휘권 행사와 권한 남용은 엄격히 구분돼야 하고, 부대 내 가혹행위는 군조직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범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2년6개월과 12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사진=군대내 성범죄 문제가 가라않지 않고 있다. 온정주의와 솜방망이 처벌이 주류를 이루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진은 군대와 성범죄 관련 이미지.]

#2. 공군 모 부대에 근무하는 장교 A 씨는 지난 2013년 2월 부하 여군 B 씨가 건네준 껌을 씹은 뒤 종이에 싸서 여군의 전투복 상의 주머니에 ID카드 뭉치와 함께 찔러 넣었다.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낀 B씨는 부대 내 다른 동료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결국 A씨는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군병원의 간부 중령 C 씨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2차 회식 장소인 노래방에서 부하 여군과 여성 군무원 6명을 껴안거나 몸을 만지는 등 추행하고 성희롱 발언도 여러차례 한 사실이 발각돼 보직해임되고 보통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 병원의 병원장인 중령 D 씨도 여군 대위를 성희롱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군 당국이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면서 매년 엄단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정작 병영 내의 성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군대내 성범죄 문제가 가라않지 않고 있다. 온정주의와 솜방망이 처벌이 주류를 이루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진은 군대와 성범죄 관련 이미지.]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386건이었던 군 성범죄는 지난해 639건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 5월까지 308건의 군대 내 성범죄가 발생해 작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5년 동안 자료를 보면 계급별로는 장교가 281건, 준ㆍ부사관이 539건, 병 1,559건, 군무원 32건 등으로 분류됐다. 전체 계급별 숫자 대비 범죄율을 고려하면 준ㆍ부사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군의 성범죄 피해가 매년 늘어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서영교 무소속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여군 및 여군무원이 피해자인 사건’ 자료를 보면 2012년 41건이었던 여군 피해자는 2013년 48건, 2014년 83건, 2015년 105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여군 성범죄 사건 중 가해자가 장성급인 사건은 2건이었으며 영관급은 29건, 병사가 상관인 여군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도 30건에 달했다.

군대 내 동성간 성범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군 법무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군에서 일어난 동성 간 성범죄는 총 478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동성 간 성범죄 적발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군 형법이 피해 대상을 남성으로도 확대하면서 신고 건수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손 의원은 “동성 간 발생하는 성범죄는 일종의 가혹행위이고 폭력보다 더 큰 정신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군대 내 여전히 남아있는 성범죄에 대한 ‘온정주의’와 솜방망이 처벌 문화를 척결하고, 여군에 대한 대내외적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 의원은 “여군 1만명 시대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군대 내 여성대상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여군을 넘어 군 전체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이라며 “여군 대상 범죄행위에 대한 일벌백계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실제 근무환경에서 인권사각지대는 없는지에 대한 실태조사 또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