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왕 ‘생전퇴위’ 의사표명 막지 못한 궁내청 장관 해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이 나라는 무서운 속도로 북한화되고 있다”

도쿄에서 170만부가 발행되는 석간지 ‘닛칸 겐다이’(日刊 現代)는 30일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의 최근 행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12년 6월 궁내청 차관에서 장관으로 승진해 아키히토(明仁)일왕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던 가자오카 노리유키(風岡典之ㆍ70) 궁내청 장관이 26일 경질됐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해임된 가자오카 궁내청 장관은 본래 내년 3월 말까지 근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경질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그것도 가자오카 궁내청 장관이 70살이 된 날 바로 경질보도가 나갔다. 총리실 관저 관계자가 “보복 인사”라고 토로할 정도로 궁내청 장관의 경질조치는 관저 직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사진=게티이미지]

관저 관계자가 “보복 인사”라고 말할 정도로 냉혹했던 경질조치는 다름아닌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퇴위 의사 발표 때문에 발생했다. 아베 내각 관계자는 지지(時事)통신에 “(지난달 8월 일왕의) 기분 표명과 관련해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며 가자오카 장관이 해임된 이유를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이 일본 국민 앞에 나서서 퇴위의사를 밝히는 것을 말리지 못했기 때문에 옷을 벗게 됐다는 것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일본의 상징’으로서 일왕이 계속 재위하도록 업무를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왕실을 설득하라고 관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가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퇴위를 적극 저지한 이유는 지난 2일 시사주간지 슈칸 킹요비(週刊 金曜日)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슈칸 킹요비는 ‘일왕(天皇)와 헌법’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아베 총리가 일왕의 지위를 ‘일본의 국가원수’로 승격시키고자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내각이 추진하고 있는 자민당의 개헌 초안에 따르면 현재 일왕은 현재 ‘국가의 상징’에서 ‘국가 원수’로 승격하게 된다. 단순 의례행사만 담당했던 일왕이 한 국가의 조약이나 협정 등을 체결하는 권한을 갖게되는 것이다. 메이지 시대를 이끈 원훈세력이 정치적 권력은 챙기되 그 책임을 일왕에 전가하기 위해서 ‘천황제’를 구축한 것과 유사한 매커니즘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천황제’는 왕과 권신이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줬다. 아베 내각과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개헌 초안은 이러한 명분을 구축한 메이지 헌법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은 국민의 의무에 대한 6개 조항을 추가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새 조항들인 “국방(전문)”, “국기ㆍ국가의 존중(3조)”, “자유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12조)”, “가족을 도울 의무(24조)”, “비상사태 선언 시 국가와 지자체에 순종할 의무(99조)”, “헌법 존중(102)조”가 국민의 권한을 위축시키고 애국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헌 초안이 잘못하면메이지 헌법과 마찬가지로 ‘일본인은 일왕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상을 주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지지통신은 가자오카의 뒤를 이어 야마모토 신이치로(山本 信一郎) 궁내청 차관이 장관직에 올랐다고 전했다. 신이치로 궁내청 차관은 일앙을 둘러싼 생전퇴위설이 처음 제기됐을 때 “생전퇴위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닛칸 겐다이는 아베 총리가 지난 2014년 내각 인사국을 출범한 이후 자신의 입맛대로 인사를 개편하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은 배척해왔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자신의) 악인은 용서하지 않고 오른팔들은 돋보이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아베의 인사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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