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불참 조기취업생 학점인정…대학가 학칙 개정 등 분주

[헤럴드경제]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조기 취업생 학점 부여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취업에 성공한 졸업예정자가 자신이 수강하는 과목의 교수에게 남은 수업의 출석을 인정해 달라고 하면 ‘부정청탁’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각 대학에 자율적으로 학칙을 개정할 경우 조기취업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할 수 있다는 안내 공문을 보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균관대, 중앙대, 숙명여대, 건국대 등 대다수 대학이 학칙 개정을 준비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우선 서둘러 학칙을 고치기로 결론을 낸 곳이 많다.

출석 인정 문제를 교수 재량으로 맡겨 놨던 성균관대는 이달 중 학칙에 ‘불가피한 사유로 출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출석 인정에 관한 지침을 따른다’는 문구를 추가하기로 했다.

상(喪)을 당하거나 학교 공식행사에 참석할 때, 스포츠 선수가 스포츠 대회에 참석할 때, 교육부가 인정하는 결석 사유가 있을 때 등 각종 불가피한 사유에 ‘취업을 했을 때’도 포함해, 교수가 자체적으로 출석 인정을 판단할 수 있도록 명시하기로 한 것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급한 대로 2학기 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임시방편을 만들었다”며 “국민권익위원회나 교육부가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본격적으로 학칙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대는 교육부 안내 다음 날인 27일 교무처장 명의로 전체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조기취업자가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라고 당부했다.

이 대학은 이와 함께 졸업예정자가 취업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 불이익을 받지 않고 담당 교원의 재량에 의해 성적 부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을 준비 중이다.

건국대도 같은 취지로 학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청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도록 기존의 관행을 공식화·명문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학칙 개정 말고 다른 식의 방법을 강구하는 곳도 있다.

고려대와 서울대가 대표적이다. 이들 대학은 교육부가 자율적으로 학칙을 개정하라고 했다고 ‘뚝딱’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려대는 교육부 공문에 나온 내용이 교수의 교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등 고등교육법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공문 도착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교육부에 이와 관련한 질의를 넣었다.

고려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고 (아직은) 학칙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현행처럼 교수에게 학생의 출석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재량권을 주되,학생들이 ‘청탁’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무처가 교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졸업예정자가 취업한 기업이 교무처에 협조 공문을 내면, 교무처에서 담당 교수에게 알리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이후 출석 인정 문제는 교수의 재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는 일단 이번 학기까지는 김영란법 취지에 따라 학생들이 출석을 제대로 하도록 하고, 학칙 개정은 다음 학기부터 논의하기로 했다.

아직 내부 방침을 정하지 않은 곳도 많다.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은 학칙 개정을 내부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시행되기까지 대학들이 뚜렷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은 혼란한 상황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서모(26)씨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졸업 전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려서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대학 마지막 학기가 취업준비 마무리 기간인 현실을 반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기회에 졸업 전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기업들이 학기 중에 채용하는 것이 대학 교육에 도움이 되는지를 자문해야 할 때”라며 “궁극적으로는 학생이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채용하는 기업의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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