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日 대형 M&A로 경쟁력 높여가는데…정부 철강 구조조정안 ‘내용無’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정부가 지난 30일 철강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지만, 철강 업계에선 “이미 다 나온 얘기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개월간 말만 많이 쏟아져나왔을 뿐,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이 없는 구조조정안이라는 비판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30일 직접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철강은 석유화학 업종과 함께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심각한 위기가 예상되는 업종이다. 이날 발표에선 대표적인 공급 과잉 품목으로 지목된 선박 건조용 후판 생산량의 50%를 업계 자율로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현재 국내서 생산되는 후판은 1000만톤 정도로, 이를 500만톤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는 감산(減産)을 업계 자율에 맡겼고 특별히 강제하진 않았다. 유일호 부총리는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대신 후판 생산시설을 절반가량 줄이면 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에 정부 차원의 비용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미래차, 항공기용 초경량 철강제품, 타이타늄,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 개발 등의 용도로 1조원 가량 ‘매칭’ 형태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같은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업계에선 내용없는 구조조정안으로, 업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기존에 다 나온 얘기를 정리하는 선이었지 특별히 민감한 구조조정안은 안 나왔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를 대신해서 컨설팅을 진행한 철강협회가 업체들의 눈치를 본게 사실”이라며 “중국과 일본 등이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데 한국의 경우 업계 자율에 맡기면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 과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철강업계의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보고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한진해운 사태 등 해운업 구조조정에 정부의 무능과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철강도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면 조선이나 해운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철강구조조정 컨설팅을 맡았던 보스턴 컨설팅은 당초 국내 후판 공장 7곳(포스코 4, 현대제철 2, 동국제강 1) 가운데 3곳을 폐쇄해야 한다는 구조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정부가 이를 봐주면서 이번 구조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과 일본 등 글로벌 철강업체들이 대형 M&A 등을 통한 몸집불리기로 경쟁력을 높여가는 가운데, 한국 철강산업이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세계 5위 철강사인 중국의 바오산 강철과 11위인 우한 강철이 전격 합병하면서, 포스코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중국은 올해 철강생산 능력을 4500만톤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發) 구조조정은 감산뿐만 아니라 저가철강재 위주에서 고부가가치강을 늘리는 등 사업 재편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위협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지 못하면 향후 5년 내 국내 철강업체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