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갈수록 태산…미르의혹ㆍ국정교과서ㆍ예산 ‘전쟁’에 ‘與-丁갈등’ 앙금까지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지난 2일 여당과 국회의장의 극적인 결단으로 일주일간의 국회 파행은 끝났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앞으로 풀어야할 쟁점은 더 많은데, 이를 풀어야 할 당사자들인 여당과 야당, 국회의장은 상처만 더 크게 입었고, 이들 사이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 건의안 의결과 이 과정에서 이른바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 발언’에 여당의 반발로 지난 26일부터 촉발된 일주일간의 대치 정국은 모두 패자인 싸움이 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일 여당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나라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국회가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만 밝혔다. 사퇴ㆍ사과를 주장해온 여당 공세를 막아낸 셈이지만, 앞으로의 행보에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지난달 개회사 파동에 이어 다시 한번 국회의장 중립성 논란이 의사일정을 멈춰섰기 때문에 앞으로 의사진행과 여야간 중재ㆍ조정 역할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 대한 유례없었던 강경 대응을 해왔다. 향후 야당과의 대립이나 혀방, 대화에서도 정 의장의 ‘중립성 논란’을 압박카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 쟁점 사안에 대해 국회 의장의 ‘결단’을 막고 발목을 잡을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으로서 이정현 대표의 단식농성과 국정감사 거부 당론을 선택했던 것에 대해선 국민적인 명분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감 거부를 두고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나 비박계 의원들의 반발로 불거졌던 내부 균열도 부담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2일 의원총회의 국감 복귀 결정에 대해 “국민의 뜻에 대한 순명”이라고 했다. 이정현 대표는 “민생과 국가 현안을 위해 무조건 단식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집권여당의 단식ㆍ농성ㆍ국감거부 등의 극한 투쟁이 더이상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두 야당은 집권여당과 국회의장 사이의 갈등에서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정 의장을 배출한 더민주는 양자간의 갈등에 사실상 손을 놓았고, 국민의당은 정세균 국회의장 유감표명 등의 중재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 3당으로서의 한계를 실감해야 했다.

4일 여당이 복귀하게 된 국정감사에서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의 청와대 개입 의혹이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르ㆍK스포츠 재단의 해산과 신규 재단 설립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야당은 이를 “재단 세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고 지목된 최순실씨가 K스포츠 재단 설립과 운영,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딸의 대학 입학 및 재학 중 활동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쟁점이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국감 출석을 두고도 여야가 한바탕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 및 국감 출석 여부, 백남기 농민 사망 및 부검 논란 등도 국감에서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 이슈들이다.

국감이 끝나도 11월로 예정된 국정교과서 최종원고본 공개도 정국을 뒤흔들 ‘뇌관’이다. 야당이 벼르고 있는 사안이라 그 내용에 따라 당정청과 야당이 정면 충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국감이 끝나면 국회는 곧바로 내년 예산을 위한 심의에 들어간다. 12월 2일까지가 통과 시한이다. 여전히 매듭을 못지은 누리과정 예산문제와 중앙정부-지자체간 재정 배분 문제를 두고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아니라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간 예산 전쟁도 내년 예산안의 시한 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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