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대는 유가②] OPEC 감산 합의…정유업계 영향은?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지난달 29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정유회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유가 상승이 실적 호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 과연 정유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까.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는 OPEC의 감산 이행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며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단 국제 유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41달러(0.9%) 상승한 48.24달러를 기록했다. 같은날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는 배럴당 0.19달러(0.39%) 하락한 49.05달러에 거래됐지만 브랜트유 역시 이번 주에만 약 7% 상승한 가격이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중동 두바이유 역시 전날보다 0.46달러 오른 45.11달러에 거래되며 장을 마감했다.

OPEC 회원국들이 산유량을 하루 약 75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이후의 유가 상승세다. OPEC이 산유량을 감축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감산 소식 후 국제 유가가 오르자 정유회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통상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정유회사들의 이익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무관하다”며 “오히려 원료 가격 상승에 비해 제품가격 상승률이 저조할 경우 정제마진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재로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유사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건 ‘원유 가격 자체’가 아니라 ‘원유가 오르는 이유’다.

먼저 원유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엔 정유사에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원유 수요가 늘어난다는 건 글로벌 경기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정유사들의 생산 비용이 오르는 것 이상으로 석유제품의 판매 가격도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원유를 예전보다 비싸게 사 오더라도 자신들이 만든 석유제품을 더 비싸게 팔아 높은 정제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이번 OPEC 감산 합의와 같이 수요와 관계 없이 공급 축소에 의해 원유 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석유 제품 수요가 그만큼 증가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전에 원유를 40달러에 사와 정제한 석유제품을 총 60달러에 팔던 정유사들이, OPEC 회원국들의 감산으로 원유 가격이 50달러로 올라도 석유제품을 똑같은 60달러에 팔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마진)은 이전보다 오히려 줄어든다.

다만 원유 구매 시점과 석유제품 판매 시점의 시차로 인해 단기적인 재고평가이익은 기대할 만하다. 원유가 서서히 또 꾸준하게 오른다면 ‘싸게 산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는 시점에 자연스레 ‘비싼 몸’이 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OPEC 감산이 실제 이뤄져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른다고 해도 정제마진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며 “유가 상승이 무조건 정유회사 실적에 반영될 거라는 건 시장의 왜곡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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