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끌고도 못 풀었는데…폴크스바겐 ‘先리콜 後교체’ 가능할까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정부가 폴크스바겐 디젤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해 우선 리콜을 실시한 뒤 결함시정이 안 될 경우 차량 교체 명령을 내리는 방향으로 법률 자문을 받았지만, 전제조건으로 리콜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마리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년 가까이 환경부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리콜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지만 양측의 이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리콜은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라 최종적으로 차량교체 명령까지 요원해 보인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법무공단에 폴크스바겐 차량이 교체명령 대상에 해당하는지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대기환경보전법’상 리콜과 차량교체 취지와 수단을 고려할 때 우선 리콜을 하게 한 후 개선되지 않으면 차량교체 명령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환경부 고문 변호사에게도 법률자문을 했고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대기환경보전법 제50조 제7항도 환경부 장관이 수시검사 결과 불합격된 자동차의 제작자에게 판매정지 또는 출고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이미 판매된 자동차에 대해서는 배출가스 관련 부품ㆍ자동차의 교체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리콜이 먼저 실시되고 이를 통해서도 결함이 시정되지 않으면 차량교체 명령을 내리겠다는 것이어서 우선 리콜이 진행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3일 배출가스를 조작한 15차종 12만6000여대에 리콜 명령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리콜은 제자리를 맴돌고있다. 


결정적 요인은 문구 하나 때문이다. 정부는 리콜계획서에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문구 삽입을 요구하는 반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를 거부해 문구를 넣지 않고 계획서를 제출해 왔다. 이 때문에 세 번의 리콜계획서가 모두 반려되면서 현재는 불승인 조치를 받은 상태다.

리콜계획 불승인은 리콜계획 보완과 달리 리콜계획 자체를 무효로 하는 조치다. 이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리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환경부가 리콜계획서에 ‘임의설정’을 명시하도록 지속 주장하는 이유는 향후 벌어질 법적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표현이 문건으로 남는다면 나중 소송이 진행돼 재판이 열렸을 때 문서 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서 리콜명령 위반을 이유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임의설정’ 문구를 넣는 것은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지 문제가 된 차량을 회수해 결함을 시정하는 기술적 부분과는 크게 연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환경부도 독일 본사에서 공수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임의설정에 해당되는지는 법률 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및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에 해당되지 않고, 미국에서만 법적으로 임의설정이 문제된다는 것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문제가 된 EA189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2007년 12월 12일부터 2011년 12월30일까지 환경부로부터 합법적으로 인증을 받은 차량”이라며 “국내법상 임의설정 규정은 환경부 고시 제2011-182호를 통해 처음 도입됐는데 이는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됐고, 해당 고시 시행 후 인증 신청을 하는 자동차부터 적용됐다”고 반박했다.

임의설정 문구를 놓고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리콜은 계속 무기한 보류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결함시정 여부도 판가름할 수 없어 차량교체 명령도 내리기 어려워진다. 결국 리콜 실시가 급선무인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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