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한국경제 어디로]②내수…소비캠페인 불구 ‘절벽’ 우려 상존, 가계부채-고용불안-소득감소 3대 악재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한국경제가 심상찮다.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구조조정 파장이 겹치면서 고용대란이 현실화하는 등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다 제2의 경제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수출이 계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서도 우리경제를 지탱해온 것은 민간소비였다. 지난 40여년 동안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수출이 오히려 성장률을 깎아먹는 사이에 민간소비는 다양한 정책효과 등으로 경제를 힘겹게 이끌어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헤럴드경제 DB]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8%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내수가 1.2%포인트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 반면 수출은 0.3%포인트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다. 내수 가운데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고, 건설투자도 0.5%포인트 플러스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없었다면 올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도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이 계속 감소하자 내수를 살리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 소비에 불을 지폈고, 지난달말부터는 최대의 쇼핑축제인 ‘코리아 세일페스타’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당초 우려했던 ‘소비절벽’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급격한 침체의 길로 가지 않을 경우 이러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올해 2%대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변수가 있지만 (정부가 올해 목표로 삼고 있는 2.8%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의 소비진작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난관이 많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가운데 인위적인 소비진작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며, 임계점에 이른 가계부채와 고용불안도 걸림돌이다.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지난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0.4% 감소했다. 지난 2014년 3분기 이후 처음 감소한 것이다. 실질소득이 줄어든다면 대대적인 세일행사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소비를 늘리더라도 지속되기는 어렵다.

당장 실질소득이 감소하거나 정체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청년실업률은 월간 단위로 매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조선과 해운에 이어 철강ㆍ석유화학 등으로 확대되는 구조조정 여파로 고용사정이 불안하다. 여기에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노후대비 부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지갑을 열기가 만만치 않다.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잠재적 시한폭탄이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완화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그나마 경제가 지탱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부채증가가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가계부채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다. 자전거가 달리면 쓰러지지 않지만 멈추면 쓰러지듯이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면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가능성이 많다.

과거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도 소비촉진을 위해 국민들에게 상품권을 나누어주는 극약처방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당장의 소비촉진책과 함께 경제개혁을 통해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촉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개혁과 신성장동력이다. 지금이 어렵더라도 미래가 좋게 보이면 돈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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