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부자 조세정의 ①]“조작된 제도의 대표자”…트럼프의 ‘세금 0’ 비법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995년 세금 기록을 근거로 연방소득세 납부를 회피해 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가 법 준수 여부와, 그가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막대한 부를 가진 트럼프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었던 “천재적인(?)” 세금회피 비법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1995년 9억1600만 달러(약 1조111억원)의 손실을 신고해 상당 기간 납세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행 세법 규정으로 볼 때 이러한 규모의 손실은 18년에 걸쳐 그만큼의 과세 가능 수입을 상쇄할 수 있는 규모라고 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가 순영업손실(NOL)을 이월(carry-over)하는 방법을 이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에 따르면 순영업손실은 손실이 실제로 발생한 과세연도가 아닌 다른 과세연도로 이월할 수 있다. 합법적 경로로 결손을 납세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동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에 따라 등락을 겪는 업종의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소득과 손실을 상계해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제도 옹호자들은 주장한다. 이에 소비재 제조업과 같이 주기를 타는 사업이나 부동산 투자 회사의 소유주들이 이러한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고 WSJ는 전했다.

NYT는 트럼프가 대규모 손실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었던 전략은 여러 가지라고 전했다. 우선 자산을 감가상각하게 하는 조항(Abandonment)이 활용됐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조항은 투자자들이 가치가 없어진 자산을 포기하고 빠져나갈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트럼프가 투자 자산의 가치를 ‘0’으로 하거나 낮춰 잡았을 수 있다.

‘어반-브루킹스 세금정책센터’의 부동산 전문가 스티븐 로젠탈은 “손실을 본 이유를 설명하는 자료가 공개되면 합법적 손실인지, 아니면 회계 전술을 동원한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적자가 ‘회계적인 방법’을 동원한 결과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납세 의혹에 따라 ‘솔직한’ 트럼프의 이미지는 타격을 입고 있다. ‘사기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트럼프로부터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아 온 힐러리 클린턴은 맹공에 나섰다. 3일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유세에 나선 힐러리는 트럼프의 납세 의혹과 관련해 “그 자신이 고치겠다고 주장하는 조작된 제도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미국으로부터 (돈을) 두 손으로 긁어간 뒤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 청구서를 남기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공격했다.

힐러리는 또 “내 가족과 여러분의 가족을 포함한 수백만의 미국 가정에서 열심히 일하고 정당한 부담을 지는 동안 그는 이 나라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공세를 펼쳤다.

회계 처리 방식의 합법성 여부와 별개로 트럼프의 경영 능력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의 부동산전문 교수인 마이클 놀은 “손실이 너무 커서 15∼20년간 연방소득세를 낼 수 없었다면 놀랄 만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는 것은 더 놀랄 일”이라고 꼬집었고, ‘아메리칸 액션 포럼’의 더글러스 홀츠-이킨 회장도 “여러 개의 불행이 겹친 결과이거나 아니면 트럼프가 최악의 기업인이었을 것이다. 또는 이들 두 개 모두일 수 있다”고 말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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