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건 유사사례, 피해 1년 뒤 부검했지만 병사로 인정 안돼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경찰이 고(故) 백남기 씨 사건과 유사한 사례로 제시한 유일한 사건에서도 ‘병사(病死)’가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백 씨 사망 사건과 유사하게 ‘피해일로부터 1년가량 경과 후 사망 시 부검한 사례’가 단 한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서울 은평갑) 의원이 지난 3일 대법원과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부검결과 병사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 도둑뇌사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집주인이 집에 들어온 도둑을 빨래 건조대 등으로 때려 뇌사 상태에 빠지게 한 사건이다. 절도범은 약 9개월 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항소심 중 끝내 폐렴으로 사망했다. 양측은 사인(死因)을 놓고 다퉜고 결국 부검이 이뤄지게 됐다.


재판과정에서 집주인 측은 “비록 도둑에게 위법한 상해를 가했더라도 도둑이 즉시 사망한 것이 아니라 10개월 뒤 발병한 폐렴으로 사망했으므로 상해와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머리에 손상을 입어 의식불명 상태로 장기간 입원 및 수술 치료를 받는 환자는 흡인성 폐렴 등의 합병증이 흔하게 발생한다”며 “폐렴이 피고인이 가한 외상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할 만한 독립적 사망원인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폭행으로 피해자를 장기간 의식불명에 빠뜨린 이상 피고인은 적어도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구타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지난 5월 원심에 수긍해 집주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했다.

앞서 고(故)백남기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중태에 빠졌다가 지난달 25일 숨졌다. 서울대병원은 백 씨의 사망진단서에서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 간접사인을 급성신부전과 급성경막하 출혈로 기재했다. 또 사망 종류를 ‘병사’로 분류했다.

경찰은 이같은 진단서를 근거로 “백 씨의 사인이 불명확하다”며 부검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유족은 백 씨가 경찰 물대포라는 외부 요인으로 급성경막하출혈이 발생했고 그 합병증으로 사망한 만큼 사인이 명확해 부검할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