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과학 외면하면 노벨상은커녕 국가 미래도 없어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교수가 올해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오토퍼지(자기포식) 현상을 밝혀내 다양한 질병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다. 이로써 일본은 과학분야에서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내는 쾌거를 이뤘다. 일본은 지금까지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그 가운데 22명이 과학 분야에서 나왔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의 기초과학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고작이고, 과학분야는 꿈도 꾸지 못하는 우리의 처지와 너무 극명하게 대비된다.

의학생리학상을 시작으로 분야별 노벨상 수상자가 곧 줄줄이 발표된다. 일본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 과학분야 수상자를 배출한 적이 있는 아시아 국가들도 이번에도 내심 기대가 크다. 하지만 우리는 후보는 고사하고 거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 현 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초과학을 홀대하는 사회분위기에선 앞으로도 요원한 일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R&D) 용처를 보면 이런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연간 책정되는 예산은 매년 늘어 19조원을 넘는데 고작 6%만 기초과학 연구과제에 배정된다. 그 비중이 47%에 이르는 미국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지원되는 기초과학분야 연구비도 정부지정 과제가 대부분이고 열에 여덟은 5000만원 이하 쥐꼬리 지원이다. 이런 환경에서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생선을 구하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오죽하면 지난달 국내 대표 과학자들이 정부 지원비를 개혁하자는 청원서를 냈겠는가.

노벨상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 이상 기초과학 분야를 방치해선 안된다. 단기간에 결과물이 나오는 반도체 통신 등 응용과학 육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응용과학도 따지고 보면 기초과학이 탄탄해야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 결국 기초과학의 저변이 넓어져야 국가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나아가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오스미 교수는 무려 50년간 자기포식 분야의 연구에만 몰두하며 한 우물만 팠다. 이런 분위기를 우리도 만들어줘야 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얼마전 과학재단을 만들겠다며 사재 3000억원을 출연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더 먼 미래를 보고 기초과학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안목이 거듭 돋보인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의 기초과학에 대한 생각이 이젠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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