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병원 가기 불안하다

병을 고치러 갔다가 병을 얻어 온다면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것이나 마찬가지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보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86명 중 병원 외 감염은 6명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00대 병원의 슈퍼박테리아의 원내 감염건수는 2014년 8만3330건으로 2011년의 2만2928건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나의원의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집단 감염사건도 그야말로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전형적인 경우다. 지금까지 확인된 감염자 수는 97명인데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2014년 가수 신해철의 사망사건은 당사자 동의 없이 의사가 일방적으로 시행한 위밴드 수술이 사망원인이라는 주장이 소송의 쟁점이 되고 있다.

공장형 성형외과에서는 환자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상담의사가 아닌 딴 의사가 대리수술(이른바 ‘유령수술’)을 자행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삼성서울병원의 산부인과 의사가 해외학회 참석 일정 때문에 후배 의사에게 수술을 맡긴 사건이 발생하여 의료계의 불신을 초래한 바 있다.

모두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무색하게 만든 사건들이다. 대리수술에 대해 미국 대법원은 환자에게 동의 받지 않은 사람이 수술할 경우에는 의사라 할지라도 사기, 상해, 살인미수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국내에서는 유령수술을 감시하는 시민단체까지 생겼다.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병원 약물사고도 국민을 불안에 빠트린다. 2010년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투약오류로 백혈병 아동이 사망한 데 이어 2015년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손가락 골절수술 환자가 간호사가 잘못 놓은 주사제 때문에 생명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년에는 한 국군병원이 엉뚱한 주사약을 투여하여 환자의 팔을 마비시킨 사고가 생겼다. 모두가 부주의로 일어난 어이없는 사고들이다.

이렇듯 의료로 인해 병을 얻게 되는 현상을 오스트리아 신학자이자 신부인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iatrogenesis’(의료가 준 병이라는 뜻의 합성어)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는 환자의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병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조선 제7대 왕이었던 세조도 <의약론>이란 저술에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의사들을 망의(妄醫), 사의(詐醫), 혼의(昏醫), 광의(狂醫), 살의(殺醫)라고 불렀다.

의료사고는 의사나 환자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찾아온다. 국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년 4만3000명이 의료사고로 사망한다고 한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대략 연간 6000명, 산재사고 사망자가 2500명, 자살자가 1만4000명인 것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숫자로, 매월 세월호 5척이 침몰하는 셈이다. 이 중 40%는 예방 가능한 의료사고라고 하니 방심과 부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의료기술이 미숙했던 시절 병원은 ‘죽음의 집’으로 불렸다. 그러나 첨단 의료기술을 갖춘 의료기관이 ‘죽음의 집’으로 불린다면 참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환자가 의료진을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몸을 맡기는 곳이 의료기관인데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불안한 곳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료계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