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은 그대에게…은행잎 황금빛 속삭임…

-10월의 가을 품은 ‘홍천’

2000여그루 ‘은행나무숲’노란물결
가족·연인·친구와 걷다보면 사랑이…

삼봉약수 철분 많아 위장병·신경통 효과
살둔계곡·가령폭포·미산계곡 등 명소많아

가을의 벗은 낮엔 단풍ㆍ먹거리, 밤엔 달과 흥(興)이다.

성급한 가을 행락객은 10월이면 만산이 단풍인 줄 안다. 하지만 단풍은 중ㆍ북부 지방도 중ㆍ하순 되어야 제 맛이고, 남쪽은 11월초에야 절정기이다. 단풍구경 갔다가 단풍만 못 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다. 진홍색 단풍을 보려면 오대산도 11월초가 낫다.

그러나 노랑빛으로 변색하는 은행나무는 다르다. 홍천 내면의 은행나무숲은 10월초부터 이미 본색을 드러내고 8~9일 무렵 절정기를 준비한다. 홍천 내면 은행나무 숲은 손때 묻지 않은 청정지역이고, 사랑과 치유의 스토리가 있기에 더욱 정감 돋는 곳이다.

▶홍천 은행나무숲ㆍ삼봉약수의 힐링=한 처사가 병든 아내 치료차, 오대산 서쪽 홍천 내면의 삼봉약수의 효험을 얻기 위해 정착했다가 인근 4만㎡ 부지에 조성했다. 주지하다시피 은행나무 잎에서 항균제를 추출한 사례는 국내외에 참으로 많다. 5m 간격으로 심어진 이 곳 은행나무가 커가면서 아내의 병도 낫고, 지금 숲을 조성한 주인공들은 이곳에서 백년해로 하고 있다. 개인 땅을 관광객에 내어준 마음이 아름답다.

여행 마니아에게는 최고 여행지를 혼자 간직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과 몇주 내 개통될 동서고속도로 완공이 다가오면서, 강원도 동서에 길게 드리워진 홍천의 다양한 매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홍천은 전국 기초단체 중 면적이 가장 넓다.

2000여 그루 은행나무숲은 사유지라서 10월에만 개방한다. 성급한 여행자가 10월 벽두 방문했을때 은행잎은 노랑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달 15~20일 무렵 절정의 황금빛을 자랑하리라.

가칠봉, 응복산, 사삼봉에 둘러싸인 삼봉약수는 은행나무숲과 함께 홍천의 대표적인 치유와 힐링지이다. 은행나무숲에서 구룡령로를 따라 북쪽으로 1.5㎞쯤 가다가 명개교를 건너자마자 왼쪽 샛길로 다시 3㎞쯤 가면 만나는 삼봉자연휴양림 내 삼봉약수(국가 천연기념물 제530호)는 불소와 탄산, 철분이 풍부해 위장병, 신경통 등에 좋다는 점이 입증됐다.

▶영(靈)을 깨우는 가령폭포=다시 은행나무숲으로 나와, 서쪽으로 48㎞ 떨어진 가령계곡까지 가는 길에는 내린천과 도로가 함께 달리면서, 칡소폭포, 모래소유원지, 계방천과 합류하는 살둔계곡, 미산리 고로쇠마을, 미산계곡 등과 연쇄적으로 만난다. 상남을 지나 동서고속도로를 가로지른 뒤 7㎞를 더 가면 가령폭포에 이른다. 도로 입구에서 보물찾기 하듯, 숲에 가려진 폭포에 찾아가는 1㎞ 구간은 잘 닦여진 산행로가 아니라 산골의 아무렇게나 발길 닿아 열린 오솔길이라 정겹다.

폭포의 이름은 영혼을 연다는 개령(開靈)에서 비롯됐다. 심오하고 경외스런 명칭일지라도 편안한 오솔길 하며, 곧게 뻗은 소나무와 편백이 어울려 군락을 이루는 곳에 활엽수가 끼고 싶어 구부러진 모습은 참 사랑스럽다. 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임에도 녹ㆍ회색 채도대비가 운치를 더한다.

가령폭포 남쪽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물걸리(物傑里)는 백두대간 바로 서쪽, 강을 낀 분지이기에 통일신라 이후 번성했던 곳이다. 수백년 전 지각 변동과 대홍수로 홍천강 물길이 바뀌면서 이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머지않아 재건된다.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100년전까지만해도 홍천읍보다 인구가 많았다. 이곳에는 1919년 3월1일 사망한 주민들이 많다. 삼일만세운동을 서울과 같은 날 벌이다 일경의 총을 받아 순국한 것이다.

산지와 논밭 땅밑 2m지점을 파기만 하면 유물이 나오기에 50년전부터 물걸리 유적지를 발굴한 결과, 보물급 5점 등 수백점의 문화재가 쏟아져 나왔고, 이곳이 통일신라시대 요충지였음이 확인됐다. 서울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면서 항일운동을 벌였고, 지금은 조그만 마을임에도 고등학교를 보유할 정도로 자존심과 호국정신, 교육열, 기개와 단결력, 창의적 경제 마인드가 뛰어난 곳이다. 동홍천의 강원도 자연환경연구공원, 소매곡리 친환경 에너지 타운은 ‘홍천 스러운’자연보존 정신이 삶의 질, 높은 정신문화, 풍요로움과 직결된다는 점을 일깨운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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