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물의 날 ①] 샥스핀 등 글로벌 퇴출 음식, 한국선 여전히 고급 먹거리

-국내 특급호텔 9곳 여전히 샥스핀 판매중…靑오찬 메뉴 올라 논란

-중국, EU, 미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샥스핀 판매 자체를 규제

-동물학대 산물 ‘푸아그라’, 쿡방 열풍 타고 문제의식 없이 방영 중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지난 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유명 호텔 중식당을 찾은 독일인 H(42) 씨는 메뉴판을 살펴보던 도중 본인의 눈을 의심했다. 독일에서는 유통이 금지돼 있는 샥스핀찜 요리가 해당 호텔 중식당의 대표 요리로 소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식당을 방문한 한국인 지인이 해당 식당에선 샥스핀찜을 반드시 먹어야한다고 권하는 상황이 불편했다는 H 씨는 “한국 호텔 가운데서는 추석 선물 세트로 테이크아웃 샥스핀찜 메뉴까지 판매하려다 비난 여론 때문에 중단했다고 들었다”며 “전세계적으로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샥스핀에 대한 문제의식에 한국에선 공감대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유감”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진미로 꼽히지만 생산 및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권의 심각한 침해 때문에 세계적으로 사용을 자제하는 식재료들이 국내에서만큼은 문제의식 없이 버젓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식재료가 바로 샥스핀(상어 지느러미)이다. 

잔인한 채취 방법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샥스핀이 국내 유명 호텔에서는 대표 메뉴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샥스핀을 대표 메뉴로 기재한 서울 유명 L호텔(사진 왼쪽)과 S호텔(오른쪽) 중식당의 메뉴판. [사진출처=각 호텔 홈페이지]

4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내 특급호텔 26곳 가운데 9곳은 여전히 샥스핀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8월 청와대 오찬 메뉴로 샥스핀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외적으로 동물학대 논란이 벌어진 이후 국내 특급호텔 중식당 3곳이 샥스핀 판매 중단에 동참한 이후 줄어든 수치다.

등지느러미만 잘라낸 뒤 몸통을 산 채로 바다에 던지는 야만스런 채취 방법 때문에 매년 약 1억마리 이상의 상어들이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샥스핀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조차 시진핑정부가 공식 연회 메뉴에서 퇴출시켰고, 유럽연합(EU)과 미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에서는 샥스핀 판매 자체를 불법화하거나 규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진미로 꼽는 샥스핀찜(사진 왼쪽)은 등지느러미만 잘라낸 뒤 몸통을 산 채로 바다에 던지는 야만적인 채취 방법(사진 오른쪽)을 통해 얻어진 원재료로 요리된다. [사진출처=헤럴드경제DB]

동물권을 무시하는 사육 및 채취 방법에도 최근 쿡방을 통해 문제의식 없이 TV 전파를 타고 있는 식재료로는 푸아그라(거위 간)도 있다. 사람들은 푸아그라의 원료로 쓰이는 거위 간을 지방간으로 만들기 위해 거위를 좁은 상자에 가둬 강제로 사료를 먹인다. 이렇게 사육된 거위의 간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상 사육된 상태보다 10배 가량 커지게 된다.

이 밖에도 ‘코피루왁(kopi luwak)’이나 ‘송아지 고기’ 등의 생산ㆍ채취 과정에서도 동물학대가 일어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에 서식하는 긴꼬리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난 뒤 껍질을 소화시키고 배설한 커피콩만을 골라낸 것이 바로 코피루왁이다. 최근에는 동남아 등지에서 약 10만마리 이상의 사향고양이들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철창에 갖혀 소화기관을 약하게 하는 유동식을 먹으며 커피 생산을 위한 기계처럼 활용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최근 국내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코피루왁을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동물학대 요소가 포함된 생산 환경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라며 “고급 양식 식재료인 송아지 고기의 경우 빛깔이 연할 수록 높은 가격을 받다보니 인위적으로 빈혈을 일으키는 잔인한 사육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