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대세…국내운전자는 “무섭다…위험…미완성”

차선이탈·충돌방지 시스템 적용

자율보조 기능 신차 속속 등장

‘테슬라 등 사고에 불안감’ 68%

“한곳 고장나도 전체피해는 방지

2년 내 개선 표준체계 등장 기대”

“이번에 나온 우린 신차에는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최신 첨단 기능이 대거 탑재됐습니다”

최근 신차 발표회에 가보면 각 브랜드에서 앞다퉈 자율주행 보조기능을 적용했다고 강조한다. 단순 특정 속도를 유지해주는 기능에서 나아가 차 간 거리는 물론 차선도 바로 잡아주고 회전구간에서 스티어링휠이 알아서 돌아가는 수준 높은 기능까지 들어가 있다. 여기에 전방장애물, 사람, 심지어 동물까지 충돌방지 시스템이 적용돼 안전까지 뒷바침하고 있어 상당한 단계까지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들은 이 같은 자율주행 기능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 측면에서도 부정이 긍정을 압도해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버즈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7개월 동안 자율주행에 대한 감정 키워드 83만3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감정은 32%에 그친 반면, 부정 감정은 68%로 훨씬 많게 나타났다.


주요 부정적 키워드로는 ‘불신’, ‘미완성’, ‘불안하다’, ‘위험하다’, ‘무섭다’, ‘걱정’ 등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긍정적 키워드는 ‘기대’가 가장 컸고 ‘기다림’, ‘재밌다’, ‘신기하다’, ‘관심있다’ 등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 올린 반응들을 보면 “구글 자율주행 차 너무 귀엽네요. 한국에서의 안전이 보장될지는 의문…”, “테슬라가 요즘 무인자율주행 관련해서 이슈를 많이 몰고 다니는데 아직 조금 더 보완해야 할 게 많은 거 같아요”, “지금 나와도 조정 안하고 타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등이었다.

특히 해외에서 자율주행 관련 사고 소식이 나올 때마다 자율주행에 대한 부정 감정이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 올해 2월 이후 자율주행 부정 감정이 늘어났는데 이 시기 구글 자율주행차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4월 부정 감정이 줄며 잠잠해지는 듯 하더니 5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테슬라 모델 S의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하다 사망한 첫 사례가 됐다.

이와 관련 자동차 업계에서도 2018년 자율주행 관련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체계가 도입되기 전까지 양산차에 도입되는 자율주행 기술은 안전 면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각종 전자장비에서 시스템 상 오류가 나타날 수 있어 이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표준화 체계가 잡혀 있다. 바로 ISO 26262다. 이는 ISO(국제표준화기구)에서 2011년 11월 제정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ISO 26262에는 자동화 관련해 구체적인 표준 기술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콘티넨탈, 보쉬 등과 손잡고 ISO 26262를 충족시키는 전자장비를 자동차에 탑재했어도 당장 양산차에 도입되는 자율주행 기술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8년 발표될 2차 에디션 형태의 ISO 26262가 나와야 비로소 자율주행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항공우주 등의 분야에서 첨단 공학, 연구 및 제품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호리바 미라(HORIBA MIRA)의 기능 상의 안전 (functional safety)분야 총괄인 데이비드 워드 박사는 “2018년 목표로 발표될 ISO 26262 2차 에디션에는 시스템 어느 한 곳에서 고장이 생겨도 전체적인 피해를 막게 되는 방식의 ‘fail operational’이 개선될 것”이라며 “전자장비 기능 상 실패가 나타났을 때 정상적으로 계속 작동할 수 있도록 어떻게 시스템을 디자인할지에 대한 방식이 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의도된대로만 기능적으로 안전을 유지하는 기술도 포함될 전망이다. 워드 박사는 전방 레이다가 실수로 앞쪽 장애물을 감지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필요치 않은 순간에 AEB(자동긴급제동시스템)가 작동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며 “레이더가 공사 현장 도로 위 철판을 보고 자동차로 보고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ISO 26262 2차 에디션은 현재 속속 도입되는 자율주행에 보다 완결성을 높여 안전한 자율주행으로 가는 과도기적 장치인 셈이다. 사망 사고를 못 막은 테슬라 모델 S나 앞서 버스와 부딪힌 구글 자율주행차도 ISO 26262 2차 에디션 전에 나온 까닭에 표준화 기술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힘들다.

워드 박사는 “센서가 브레이크를 밟도록 하는 대상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대상을 정확하게 구별하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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