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평화협정 ‘예상밖’ 부결…52년 내전종식 ‘먹구름’

한 평화협정 지지자가 보고타에서 국민투표 결과를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보고타 AP=연합뉴스)

한 평화협정 지지자가 보고타에서 국민투표 결과를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보고타 AP=연합뉴스)

반대 5만7천표 앞서…여론조사와 판이한 결과에 평화 정국 ‘급랭’

2년간 계속된 내전을 끝내기 위해 콜롬비아 정부와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체결한 평화협정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콜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정부와 FARC의 평화협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99.9% 개표한 결과,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반대표와 찬성표의 표차는 5만7천표였으며 투표율은 37%였다.

국민투표를 제안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선거결과가 확정된 후 패배를 인정했지만 평화 정착 노력을 계속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TV로 방영된 대국민 연설에서 “과반이 평화협정에 반대했지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남은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 평화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FARC도 평화 정착 노력에 동참하기로 했다.

로드리고 론도뇨 FARC 지도자는 평화협정의 협상장인 쿠바에서 “FARC는 증오로 여론에 영향을 미친 파괴적인 권력을 지닌 이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대화를 미래를 만들기 위한 유일한 무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부결로 1964년부터 시작된 콜롬비아 정부와 FARC의 내전은 52년 만에 종식 직전까지 다가갔다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2012년 11월부터 평화협상을 시작, 3년 9개월여 협상 끝에 지난 7월 쌍방 정전, 8월 평화협정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 평화협정 서명식까지 마친 상태였다. 평화협정은 국민투표로 추인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날 투표 결과 부결로 나타나 콜롬비아 평화협정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국민투표 부결로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FARC와의 이 평화협정을 이행할 근거를 잃은 셈이다. 다만, 산토스 대통령이 FARC와 새로운 협정을 맺기 위해 다시 협상을 시작하거나, 대통령이 아닌 의회가 기존 협정의 입법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의 평화협상 과정을 지켜봐 온 ‘워싱턴 중남미 연구소’(WOLA)는 “이런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이라며 “투표 부결은 정부와 FARC의 협상에 치명타가 될 것이고 협정과 협상은 정통성을 잃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투표를 직접 제안했던 산토스 대통령은 이날 개표에 앞서 “내게 두 번째 계획은 없다. 반대 측이 승리하면 콜롬비아는 전쟁 상태로 복귀할 것”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국민투표 가결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 투표가 대통령 자신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면서 오히려 정치 생명이 위기에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은 “평화협정이 전쟁 범죄자들을 사면한다”는 논리로 반대 진영을 이끌며 자신의 후임자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FARC 협상단으로 나섰던 카를로스 안토니오 로사다는 지난 6월 “반대 측이 이긴다고 평화 과정이 붕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런 고통스러운 전쟁을 계속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말한 바 있어 정부군과 FARC가 다시 유혈 분쟁을 벌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투표 부결에는 반군과 정부에 대한 콜롬비아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에 반대 측의 지속적인 캠페인, 날씨 영향까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부터 콜롬비아 북부 해안지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매슈’는 찬성 여론이 강세를 보이는 농촌·시골 지역의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다. (보고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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