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탐정은 무원고립의 외로운 존재

우리나라에서도 사적(私的) 문제해결에 유용한 사실관계를 전업(專業)으로 파악해줄 민간차원의 정보ㆍ조사 서비스업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름하여 탐정업(민간조사업), 즉 공인탐정이 그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윤재옥 의원의 공인탐정법(안)을 중심으로 경찰청도 그 유용성을 평가하고 법제화에 팔을 걷어 부쳤다.

이에 많은 국민들은 복잡한 생활양태와 당사자주의 강화 등 소송구조의 변화에 부응한 결단임에 주목하고 조속한 결실을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도 사설탐정(민간조사원)의 역할에 의구심을 지닌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탐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크게 “범죄를 조사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의 수사활동 ( ‘수사반장’의 최불암)”을 연상하는 부류와, “의문과 궁금에 대한 답을 찾는 기자의 취재활동(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을 떠올리는 부류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에는 탐정도 일정한 수사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보는 시각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탐정이란 남다르지 않는 민간인 신분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외로운 존재로 보는 패턴이다. 일견해 볼 때 탐정의 본질을 경찰의 역할에 견주어 보려는 경향이 높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탐정은 경찰보다 기자의 활동과 비슷한 점이 더 많다.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탐정은 ‘사적 권익구현’에 중점을 둔다는 면에서 그 궁극의 사명은 서로 다르나, 활동의 수단과 방법에서 대부분 닮은 꼴이다. 즉 탐정과 기자는 공히, 탐문과 관찰을 통해 정보의 오류와 함정을 발견(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을 요체로 하고 있다. 또 둘 다 권력작용이 아닌 자의적 활동임에 어떤 국민도 이들의 탐문이나 취재에 응할 의무를 지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활동상 ‘무원고립’이라는 공통적 애로와 한계를 지닌다.

한편 경찰과 탐정의 역할은 두루 흡사한 듯 하지만 실제 비슷한 점은 그리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은 필요에 따라 명령ㆍ강제와 같은 ‘권력’과, 서비스 지향적인 ‘비권력’을 두루 구사하면서 ‘공공의 안녕 유지’라는 폭넓은 임무를 수행하는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경찰권 발동에는 조건과 한계가 따르며, 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민사관계 불간섭 원칙’에 따라 방임 또는 잠정적 개입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경찰은 ‘사적 영역’에서 ‘일체의 권력없이’ ‘사실관계의 파악’을 위해 ‘선택재’로 활용되는 탐정과는 그 법적지위나 목적ㆍ수단ㆍ방법이 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사람들이 사립탐정의 활동을 ‘형사’와 더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세계적으로 실종자ㆍ잠적자 등 사람찾기나 도피자산의 추적, 피해원인확인과 같은 사실관계파악에 있어 그 역할이 경찰의 수사력에 필적하고 있음에 연유한 선입견이라 하겠다.

어느 나라도 탐정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탐정은 탐문술로 승부하는 존재다. 우리 사회가 15여년 동안 탐정법(민간조사업법) 제정을 논의해 왔지만 지금껏 결론을 내리지 못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탐정의 실제(實際)에 대한 오해’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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