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위안부 문제는 ‘외교 현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간 합의 이후 오히려 더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종적ㆍ불가역적 해결’이라며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는 자부심이 우리 외교부에서는 넘쳐나지만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찾기 어려운 일본의 태도가 국민들에겐 더 크게 다가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3일 중의원에서 ‘위안부 사죄 편지’와 관련,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잠시나마 1970년 12월 폴란드 유대인 희생탑 앞에 무릎을 꿇었던 독일의 브란트 총리의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이번에도 ‘역시나’하는 허탈감에 쓴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다.

합의 이후 출연을 약속한 10억엔의 성격에 대해 배상금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것도 일본이고,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한 것도 일본이며, 소녀상 이전을 노골적으로 요구해온 것도 일본이다. 반면 외교부는 ‘합의문대로 이해해달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정감사에서는 10억엔이 배상금인지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함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준 주유엔 한국대사는 국정감사에서 군 위안부 합의를 “한일 간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로 합의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발언은 국제무대에서 군 위안부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큰 아픔이자 그 상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군 위안부 문제를 독립된 최종 목적이 아닌 양국간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과 과정으로 대했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위안부 문제가 가진 심각성, 특수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이다. 외교부가 ‘외교 현안’의 하나로 위안부 문제에 접근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해결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를 책임져온 외교부가 최대 20만명으로 추산되는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에 대해 공감이 부족했다는 것만 보여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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