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의 드라마 ①]“무덤을 너무 깊게 팠다”…‘옥토버 서프라이즈’에 역대 최악 위기 맞은 트럼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1조원이 넘는 막대한 세금회피 의혹, 이란은행 지원, 트럼프 재단의 모금활동 중단 명령…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대선 한 달여를 앞두고 발생한 대형 폭로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라고 부를 정도다. 여기에 “그녀가 끝내주지 않나. 자고싶다” 같은 과거 성차별적 발언까지 알려지면서 트럼프가 역대 최악의 한 주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 때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기도 했던 트럼프는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5~6%포인트 차로 힐러리에 밀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실제 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의 최신 여론조사(9월30∼10월2일ㆍ1991명)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42%의 지지율을 기록해 36%에 그친 트럼프를 6%포인트 앞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놓고 트럼프의 터프한 한 주가 공화당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의혹을 만회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10월이 되기 무섭게 미국의 언론들은 트럼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폭로했다. 그야말로 ‘옥토버 서프라이즈’였다. 미 언론들의 잇단 폭로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미 대선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트럼프가 9억 1600만 달러(약 1조 111억 원)의 손실을 이유로 18년 간 소득세 면제를 받아온 사실을 보도했다. ‘뛰어난 기업인’으로 자신을 홍보해온 트럼프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물론, 소득세 납부를 피하고자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세금 회피 논란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3일 트럼프가 테러리스트나 이란 핵 프로그램과의 연계의혹에 휩싸였던 한 이란은행에 수년간 사무실을 임대했다고 전했다.

같은날 AP통신은 트럼프가 과거 NBC방송 리얼리티 쇼 ‘견습생’을 진행할 당시 오디션 참가자와 스탭 등에게 성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AP는 트럼프가 총 14시즌에 걸쳐 진행한 ‘견습생’ 프로그램의 참가자들과 스탭, 편집자 20여 명을 취재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알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뉴욕 주 검찰은 트럼프의 자선재단 ‘도널드 J. 트럼프 재단’이 자선단체로서의 적절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활동해 왔다며 모금활동 중단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의 위법행위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 자문위원인 조 왓킨스은 TV토론 이후 트럼프가 “무덤을 너무 깊게 팠다”며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 캠페인단의 자문위원이었던 케빈 매덴은 지난 한 주간 트럼프가 겪은 일들이 “트럼프가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가장 문제가 있는 후보로 꼽힌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와 같은 한 주가 또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선임 정치전략가인 존 위버도 “미 역사상 대통령 후보 중 최악의 한 주를 보낸 후보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난달 1차 TV토론 직후 트럼프는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트럼프는 TV토론에서 자신이 1996년 미스 유니버스였던 리시아 마샤도에게 한 성차별적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녀가 당선자였는데 이후 몸무게가 엄청 늘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지난달 30일 트럼프는 오전 3시 20분부터 5시 14분까지 마샤도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트럼프의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백인 여성 유권자들은 대부분 힐러리에 지지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 1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백인 여성 중 46%는 힐러리를, 44%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백인 고학력 유권자 중 57%가 힐러리를 지지했다. 트럼프 지지자는 32%에 그쳤다.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여성층에서는 52%가 트럼프를, 40%가 힐러리를 지지했다.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의 잭 피트니 정치과학 교수는 블룸버그에 “여론이 양극화돼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입은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테러공격이나 외교문제 등 매우 이례적인(out-of-left-field)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난 한 주간 받은 타격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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