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나선 日정부, 서울대 학생부전형 배워갔다

1970년대까지 ‘예비고사 본고사’ 日대입제도 모방 ‘과거’…상황 역전

문부과학성 대입센터, 서울대서 입학사정관 등 ‘정성평가’ 벤치마킹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일본 정부가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을 참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9학년도를 기점으로 입시 등 교육 제도를 큰 폭으로 바꾸기로 한 일본 교육당국이 서울대의 관련 입시 전형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서울대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대학입시센터(이하 센터) 방문단은 지난달 30일 서울대를 방문, 일본의 대입 제도 개선과 운영을 위한 조언을 받았다. 방문단에는 하쿠이 요시노리 센터 이사를 비롯해 문부과학성ㆍ일본대사관 관계자, 관련 학자 등 6명이 참여했다.

일본은 근대 대학 설립 이후 국가운영표준시험인 ‘대학입시센터 시험’과 대학별 자체 시험을 통해 대학 신입생을 선발해 왔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 말까지 운영했던 예비고사와 대학별 본고사 체제도 사실상 일본의 입시 제도를 본뜬 것이었다.


문부성은 학생의 종합적인 역량을 판단하지 못하고 단순 지식을 암기한 것을 측정하는 현행 입시 제도를 유지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의 방향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센터 방문단이 기존의 정량평가에서 벗어난 대입 시스템이 정착 단계에 이른 한국의 학생부종합전형을 참고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센터 방문단에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와 운영 방법 등을 안내하고 구체적인 전형 설계 방법을 위한 준비 사항을 주로 설명했다. 일본 측에서는 특히 자국 대학에는 없는 입학사정관의 채용, 운영 방식, 교육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2000년부터 국내외 연구를 통해 수시 전형에서 일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참고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해 왔다. 현재 전체 신입생의 75%를 뽑는 수시 전형에서 이를 운영 중이다.

안현기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우리 입학사정관제도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를 연구해 만들었지만, 미국 입학사정관제는 고교별 차등을 두고 비교과 영역에 큰 가중치를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서울대의 경우에는 고교별 차등이 없고 학생부 교과만 본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은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라고 강조했다.

센터 방문단은 서울대 입학본부에 “그동안 일본 입시제도는 ‘실패’”라며 “서울대가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까지 염두에 두고 전형을 진행해 온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가 보유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ICE) 같은 생활기록부 전산화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데다, 고교별 교육 수준에 차이가 커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대 입학본부와 계속 협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대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입학 개혁 선도대학으로 지정한 오사카(大阪)대에 2년여 전부터 구체적인 대입 제도 개선을 컨설팅해 왔다. 안 본부장은 “우리가 과거에는 일본의 입시 제도를 따라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일본이 본받겠다고 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이 고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에 계속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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