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KIST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 기부금품법 위반 의혹 제기

- 고용진 의원 “직접업무 목적 해당 안돼…동상 위한 공원과 기단 조성에도 6500만원 집행”

[헤럴드경제(대전)=박세환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기부 방식으로 건립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KIST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동상건립을 위해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KIST가 연구원 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KIST가 연구원의 설립목적인 기초ㆍ원천 과학기술 연구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기증받고자 편법을 썼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 추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KIST는 “윤종용 전 국가지식재산위원장과 KIST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사)KIST연우회’가 동상 기증 의사를 밝혔고, 이미 행정자치부의 기부금품 심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KIST는 지난해 12월14일 미래부에 기부심사 신청서를 보냈고, 미래부가 행자부에 전달한 신청서는 올해 1월14일 최종 ‘가결’(접수) 처리됐다.

현재 기부금품법(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책 연구기관은 기증품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며, 기관의 설립과 행정에 ‘직접 필요한 경우’에 한해 행자부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증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용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동상과 KIST의 업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KIST의 주요 업무는 뇌과학, 에너지·환경, 소재ㆍ시스템 분야 등의 연구개발과 성과 보급이다.

또 KIST가 박 전 대통령의 동상건립에 가로, 세로 각각 2.5m 규모의 좌대와 동상 주변 조명공사 등에 6500만원의 경상비를 투입한 사실도 밝혀졌다. KIST는 지난 12월 행정자치부 기부심사위원회에서 동상건립에 관한 심의가 가결 되기도 전에 ‘(가칭)KIST 50주년 기념공원 조성공사’라는 사업명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동상이 들어설 부지를 정비했다. 이 예산은 연구실안전관리비, 연구보안관리비, 윤리활동비, 기술창업 출자금 등에 사용되는 경상비 항목에서 지출됐다.

현행 법률은 기부금품 모집자가 기부금품 규모의 15% 한도 내에서 기부금품의 관리ㆍ운영 및 사용 등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KIST는 3억원짜리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사용하기 위해 지출할 수 있는 한도액 4500만원을 초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 의원은 “KIST 측은 1966년 박 전 대통령이 연구원의 설립허가증에 서명한 것을 근거로 그가 KIST의 설립자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KIST의 등기는 1981년 한국과학원과 통합하며 폐쇄됐고, 1987년에야 지금의 KIST가 됐다”며 “기초ㆍ원천 연구를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IST가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KIST 본관동 옆에는 지난 3월 윤종용 전 위원장 명의로 기증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있으며, 연구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외부인의 관람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대전=박세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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