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의 꿈은 냉장고의 소멸”…가전 강자 LG전자, 냉장고의 궁극을 가리키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냉장고의 꿈은 냉장고의 소멸이죠”

LG전자 냉장고 선행연구팀 김상오 수석연구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LG전자의 냉장고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궁극’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냉장고는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곳에 음식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최종적으로는 냉장고가 없어지는 것이 LG전자 냉장고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 회사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LG전자 스마트사업개발 상품기획팀 김용준 과장도 “냉장고가 사라지고 나중에는 식탁에 모든 음식을 보관하는 전혀 새로운 폼팩터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런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김상오 수석연구원(오른쪽)과 김용준 과장(왼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경이 된 냉장고는 고기능 블루투스 스피커가 내장된 냉장고로, 김 수석이 기획하고 김 과장이 상품화 해낸 합작 제품이다.]

LG전자 스마트 냉장고의 역사는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 막 PC 보급이 본격화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워드 자판 연습을 하던 시기 LG전자는 이미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 냉장고를 시작했다. 2004년에는 TV를 냉장고에 설치했고,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냉장고에 카메라를 달아 냉장고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김 수석은 “PC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냉장고에 PC를 설치할 생각을 했었다. ‘책상에 놓을 컴퓨터도 없는데 냉장고에 컴퓨터를 설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도 내부에서 나왔다”며 “그래도 그때의 시도가 지금은 모두 LG전자 냉장고 기술이 앞서나가는 배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냉장고 선행연구팀이 ‘턱없는’ 시도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LG전자 조성진 사장의 기술 철학이 배경이다. 김 수석은 “왜 돈 안되는 것을 만드냐는 말씀은 한말씀도 안하신다. 오히려 ‘왜 저런 시도를 안해봤느냐’는 말씀은 가끔 하신다. 가장 든든한 우군이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H&A사업본부 내 스마트 상품기획 조직을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가산 R&D 센터로 옮겼다. 3살 터울의 김 수석과 김 과장이 거의 매일 만나면서 새로운 상품 기획을 할 수 있는 것도 조직 이동 덕분이 크다. 김 수석은 “거의 죽었던 블루투스 설치 냉장고 기획을 살려낸 것이 김 과장이다. 김 과장과 만나면 거의 냉장고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가까운 미래의 LG전자 ‘냉장고 상상도’도 펼쳐놨다. 그는 “이제부터 판매되는 LG전자 냉장고는 매년 업그레이드가 된다. 오늘 산 냉장고가 1년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2년후에도 또다른 새로운 냉장고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클라우드 센터에서 냉장고 시스템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냉장고에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업그레이드처럼 말이다.

냉장고에 인공지능(AI)을 장착하는 것도 김 수석이 진행중인 과제다. 예컨대 주방의 온도와 습도를 측정해 식중독 지수가 일정 이상으로 올라가면 냉장고가 알아서 ‘식품을 어서 냉장고에 넣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김 수석은 “기상청은 전국의 평균 기온을 측정해주지만 개별 부엌의 온도와 습도는 측정해주지 못한다. 습도계와 온도계를 냉장고에 설치해 똑똑한 냉장고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가장 적은 에너지를 쓰고도 식품은 신선하게 유지하게 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김 수석은 “냉장고 문이 몇번 열리고, 몇분이나 열린 상태가 지속되는지 패턴을 분석한다. 패턴은 LG전자 클라우드에 모이고 3주 이상치의 자료를 분석해 사용자의 취침 시간, 외출 시간, 냉장고 문을 많이 여는 시간 등을 분석해 최저 에너지를 사용토록 하는 것이다. 표준연비보다 실연비가 중요하듯 냉장고도 이제는 실연비로 제품이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AI냉장고는 사용자가 직접 기능을 켜고 끌 필요가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따뜻한 음식이 들어오면 강제로 냉장고 안을 더 낮은 온도로 낮춘다거나, 상한 음식이 냉장고 내에 감지될 경우 냉장고가 스스로 제균필터를 강제 작동 시키는 방식이다. 김 수석은 “사용자에게 ‘이럴 땐 이걸 켜세요’라고 말해야 하는 기능은 쓸모 없는 기능이다. 냉장고가 알아서 해야 진정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최근 LG전자 냉장고 선행연구팀에선 ‘알파고’ 대신 ‘엘고(LGO)’를 만들자는 구호가 많이 쓰인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겼듯, LG전자가 만드는 ‘엘고’로 세계 냉장고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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