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수신폰은 병장폰?…600억 투자해도 규칙과 서열 탓에 사용률 저조

[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올해 4월에 전역한 A씨는 전군 생활관에 비치된 수신전용 핸드폰 사용 실태에 대해 털어놓았다. 계급별 생활관에 있었던 그는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일병 3호봉이 담배를 혼자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수신전용 핸드폰이)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이것도 호봉제로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자친구가 있는 동기들이나 선임병들은 쉬는 날 수신전용 핸드폰을 개인 휴대폰인냥 달고 다니면서 전화를 했었다. 자기 핸드폰처럼 계속 사용해도 후임들이 먼저 쓰겠다고 말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기 생활관이라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현재 육군에 복무 중인 B씨는 수신전용 핸드폰 사용이 생활관 내에서만 허용되는 규칙을 문제 삼았다. 그는 “개인정비 시간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생활관 밖에서는 이용하지 못한다. 규칙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며 “동기 생활관이라고 해도 개인적인 대화를 하려면 민망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 복지의 일환으로 국방부가 추진한 군 수신전용 핸드폰이 생활관 내 서열과 규칙 탓에 실제 사용률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국방부는 병사들의 병영생활 고립감 해소와 부모가 필요로 할 때 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소통 채널 마련의 일환으로 수신전용 휴대폰 설치를 추진했다. 2015년 국방부가 36억 원의 예산으로 공모할 당시 LG U 가 1원으로 입찰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LG U 로부터 총 600억원 상당이 투입될 계획이지만, 현실은 공중전화 한 대를 더 배치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신 휴대폰 1대 당일 평균 통화시간은 6월 기준 19.3분, 회당 평균 통회시간은 9.1분에 불과했다.

김 의원실이 이러한 수치를 계산한 결과, 휴대폰 사용자는 하루 평균 2.1명에 그쳤다. 현재 수신 휴대폰은 병영생활관 당 1대가 지급되고 있기에 20명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사용률은 10.5%다. 


국방부 또한 이같은 실태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국방부 측은 “수신 휴대폰은 사용하는 사람만 사용하고 있다”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신 휴대폰으로 보낼 수 있는 문자는 “아들입니다. 전화주세요.”, “부대입니다. 전화주세요.” 등과 같이 미리 저장된 30개 가량의 상용 문구 외엔 불가하고 통화는 오직 받는 것만 가능하다. 수신 휴대폰이 생활관 당 1대에 불과해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인 데다 A씨의 사례처럼 수직적 문화가 지배적인 군에서 사실상 상ㆍ병장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후임병이 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김 의원은 병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도입한 휴대폰이지만 개선되기는커녕 하루에 문자 한 건, 통화 사용자도 하루에 두 명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서 병영문화의 여전한 경직성과 위계성만 확인할 수 있었다”며 병영문화혁신위의 취지에 부합하려면 생활관 단위로 지급되는 휴대폰을 계급 별로 변경하고, 송수신 기능의 제한 없이 문자와 통화 모두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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