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율 방파제’ 외평기금 10조, 대기업 자재구입비로 전용

3년간 총액의 94% 대기업으로

대우조선 등 부실기업도 ‘혜택’

상당액 ‘기업 자재구입비’로 쓰여

작년 누적손실 규모 35조 ‘눈덩이’

‘환율안정의 마지막 방파제’이자 ‘수류탄의 안전핀’으로 불리는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이 사실상 대기업의 초저금리 운영자금 확충통로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정부가 외평기금 중 150억달러(약 16조 6500억원)를 따로 떼 기업에 대출해주기로 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1순위인 대우조선해양에 5억 3000만달러(약 5883억원)의 혈세가 부적절하게 흘러들어갔을 뿐더러, 외평기금의 운용수익률도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외평기금의 누적손실 규모는 34조 6000억원에 이른다.


5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기획재정부의 ‘최근 3년간 외평기금 외화대출 현황’과 ‘최근 6년간 누적손실 현황’, ‘운용수익률 및 환평가손익’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기업에 대출된 외평기금은 총 146억 6000만달러(약 16조 2726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외화자산 중 일부를 국내기업에 공급, 해외 건설ㆍ플랜트 사업 수주와 설비투자를 돕겠다”며 외평기금 150억달러를 여유자금 운용방식으로 시장에 풀었다. 이 사업은 당초 총 한도 100억달러의 1년 한시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50억달러의 자금이 증액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총 한도 소진률은 97.7%로 집계됐다.

문제는 외평기금 외화대출 대부분이 대기업에 지원됐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이 빌려간 외평기금 외화대출 총액은 137억 3000만달러(약 15조 3227억)에 이른다. 전체 대출액의 93.7%를 차지한다. 반면, 중소기업 외화대출 총액은 9억 3000만달러(약 1조 379억원, 6.3%)에 불과했다. 외평기금 외화대출은 국책은행 조달금리 수준으로 외화자산을 공급하므로, 기업 대출금리 인하효과가 크다. 결국 ‘혈세의 혜택’을 대기업이 독식한 셈이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기재부는 지난해 “150억달러 중 35억달러를 중소ㆍ중견기업에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사업 막바지인 현재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났다.


공급된 자금 대부분이 ▷기업 설비투자 활성화를 통한 내수진작 ▷해외건설ㆍ플랜트 사업 수주제고라는 당초 목적과 다르게 쓰인 것도 쟁점이다. 외평기금 외화대출 총액의 60%인 88억달러(약 9조 8208억원)는 모두 기업의 원자재 구입비로 쓰였다. 해외사업 수주를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용도 대출은 22억달러(약 2조 4552억원, 15.0%), 설비투자 등 사업시설 확충을 위한 대출은 36억 6000만달러(약 4조846억원, 25%)에 불과했다. 특히 구조조정 1순위인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에서 총 5억 3000만달러의 외화대출을 받아 단기차입금 상환 및 운전자금으로 썼다. ‘세금의 전용(轉用)’이다.

이런 가운데 외평기금의 운용수익률은 2014년 2.8%에서 지난해 1.5%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외평기금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평가이익’이 5조 8000억원(2014년), 11조 4000억원(2015년)씩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외화대출 부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외평기금은 34조 6000억원의 누적손실을 기록했다. 5년 전(2010년 누적손실 18조 9000억원)의 두 배 규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년 국가 주요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정부의 외화유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외화대출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슬기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