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대란 막겠다며 영업기밀인 화주 계약정보 달라는 정부…진짜 필요한 건 ‘화물운송 정보’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한진해운 발(發) 물류대란의 원인은 물류산업을 잘 모르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정부의 무지와 한진해운의 무책임이 결합한 합작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물류대란을 방지할 수 있는 정보가 정확히 뭔지 모르고 한진해운 측에 엉뚱한 자료를 요청했고, 한진해운은 정부의 의도를 아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해 최악의 물류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의 책임을 두고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은 ‘정부로부터 선박 운항정보를 언제 요청받았나’는 질문에 “법정관리 전에 요청받은 적이 없다. (법정관리) 전에 요청받은 것은 화주 계약 정보였다”고 답했다.


화주 계약정보는 한진해운이 거래한 화주 및 계약 물량과 기간, 계약 단가 등이 포함된 문서로 영업 기밀 사항이다. 정부가 요구한다고 해도 이같은 영업 기밀은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석 사장도 “당시 법적으로 (공개)할 수가 없어 (제출)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석 사장은 ‘자율협약이 결렬되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거라는 사실을 정부가 알았나’는 질문에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중단하면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물류대란 방지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화물운송 정보를 언제 확보한 걸까.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관련 정보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 사장은 “약간의 혼동이 있는데, 화물 운송정보에 대해서는 (법정관리 전에) 요청받은 바 없다. 법정 관리 후에 요청받아 (정부와) 공유하고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즉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물류대란이 날 것을 예상했고, 이를 막으려고 준비작업을 했지만, 한진해운 측에 엉뚱한 자료만 요청한 것이다. 한진해운은 정부의 의도를 아는데도 방기하다 법정관리 개시 후 물류대란이 일어난 다음에야 관련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준비는 했어야 하지 않나’는 질문에 “준비 자체에서부터 (물류)대란이 일어난다”며 “회사 채권자 보호를 위해 가능한 비밀로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에 대한 경영책임에 대해서는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할 당시 한진해운을 정상화할 자신이 있어 알짜기업인 에스오일을 팔아 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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