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약품 책임은 엄중히 묻되 신약개발 불씨는 살려야

한미약품의 항암 신약 ‘올무티닙’ 수출계약 해지 파문이 확산일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일 이 신약의 제한적 사용을 허용키로 해 한미약품으로선 한 시름을 덜었다. 그럼에도 이날 주가는 전날에 이어 7% 가량 큰 폭 하락했다. 더욱이 국내 신약 개발 전반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로 바이오신약 관련 주 대부분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미약품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미약품의 수난은 두 말 할 것없이 스스로가 초래한 일이다. 국내 대표 제약 기업이라면 마땅히 그에 걸맞게 처신이 투명해야 하나 한미약품은 그러지 못했다. 문제가 된 ‘늑장공시’만 해도 그렇다. 물론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할지 뻔히 알면서 장이 열리고 27분이 경과한 후에 갑작스레 공시를 했다. 그 시간이면 손빠른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이 공매도 공세를 펼치며 주가를 쥐락펴락하기에 충분하다. 그들이 큰 이익을 얻은 만큼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조금만 신경썼더라면 개장 전 공시도 가능했을 것이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었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조사를 하고 있다니 일단 지켜볼 일이다.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결과에 관계없이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더욱 투명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바이오 제약 산업은 리스크가 매우 큰 분야다. 일단 성공하면 많은 이익을 얻지만 열에 여덟, 아홉은 실패하기 예사다. 아무리 큰 계약을 해도 임상 실험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번처럼 조기 종료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하는 전략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가 그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약품 파동이 바이오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글로벌 제약 시장은 그 규모가 무려 10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의약품의 점유율은 1.5%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해 8조원의 기술 수출 실적을 올린 한미약품의 쾌거는 우리도 이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 기대와 희망이 이번 일로 무너져내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위기는 한국 제약산업의 위기나 마찬가지다. 한미약품의 책임은 엄중하게 묻되 신약 개발 동력은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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