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정치분탕질’…글로벌 경제에 짙은 그림자”

美정국불안·도이체방크 사태등 영향

IMF, 선진국 성장률 1.6%로 하향

신흥국은 과도한 기업부채가 뇌관

선진국들의 정치적 불안이 증폭되면서 세계 경제 전망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ㆍ유럽연합(EU) 경제의 불확실성, 미국 대선에서 힘을 얻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도이체방크를 둘러싼 EU와 미국의 갈등 등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선진국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유지하면서도, 선진국들에 대한 전망치는 1.6%로 낮췄다. 선진국 성장 전망은 지난 1월 2.1%에서 1.9%(4월), 1.8%(7월)로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계속해서 낮아졌다. 그나마 신흥국과 개도국의 성적이 양호해 선진국의 부진을 상쇄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IMF는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브렉시트, 미국 대선으로 인한 정치 불안과 보호무역주의 대두, 중국 경제 재균형의 부정적 파급 효과, 선진국 경제 장기 침체, 높은 기업 부채에 의한 신흥국 금융 불안 등을 꼽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중에서도 “선진국의 정치적 불안이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이라며 보고서를 작성한 IMF 수석경제학자 모리스 옵스트펠드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경제 주체들이 꺼려하는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와 고용이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경제에 직접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일 늦어도 내년 3월말 이전까지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EU 탈퇴 협상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영국이 EU와 완전히 단절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 경우 영국은 EU 회원국에 준하는 수준이 아닌, 일반적인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EU와 교역하게 된다. 시장은 즉각 반응해 파운드화가 198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뉴욕 증시 주요 지수도 하락했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진 미국 대선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인식이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퍼져가면서 후보들도 이를 수용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기존의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하는 한편 이민을 규제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도 이에 질세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상황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는 상황은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 CNN머니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것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두 후보의 대결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했고, 경제전망그룹의 버나드 보몰 박사는 “지금부터 대선 때까지, 특히 선거가 접전일 경우, CEO들과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IMF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 사태도 미국과 유럽이 갈등하는 모양새로 진행되고 있다. 미 법무부는 도이체방크가 부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를 불법판매한 것을 문제삼아 140억 달러(약 15조6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려 하고 있는데, 독일 내에서는 이것이 미국의 경제 보복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U가 지난 8월 이후 미국 기업 애플과 맥도널드에 대해 잇따라 거액의 세금을 추징한 것과 시기상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와 관련 “미국 정부가 도이체방크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매긴 것은 EU가 애플에 부과한 130억 유로(약 145억 달러) 규모의 세금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노조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도이체방크 사태가 “미국의 협박”과도 같았다며 “역외 금융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이체방크 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조만간 있을 독일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 때문에 독일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사태는 한동안 불확실한 상태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성훈ㆍ문재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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