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지옥에나 가라” 내뱉은 두테르테, 미국과 단교 가능성도 시사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발언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지옥에나 가라”고 말하는 등 거침없이 반미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수위를 높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막말로 인해 외교지형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5일 필리핀 온라인매체 래플러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필리핀 마닐라의 한 유대교 회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교정책을 변경하고 있는데 결국 내 시절(임기)에 미국과 결별할지도 모른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결별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마약 전쟁에 대해 계속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단교 카드도 꺼낼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다른 행사에서는 “우리를 도와주는 대신 처음 비판한 곳은 미 국무부였다”면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옥에나 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 앞에 무릎 꿇느니 브루나이와 태국 왕 앞에서 꿇겠다”며 마약 용의자 초법적 처형을 중단하라는 미국에 다시 한 번 반감을 표했다.

이 같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태도는 남중국해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중국에 대항해 아시아 국가와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미사일 등 무기 판매를 원치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이 무기를 팔고 싶지 않아 한다면, 러시아로 가겠다. 러시아는 ‘걱정마라, 우리는 너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이것을 너희에게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도 ‘그냥 와서 서명하면 모든 것을 전해줄 것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합동 순찰과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24년 만에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양국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의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최근 대미 관계와 관련해 “루비콘 강을 건너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필리핀으로부터 양국 협력 관계의 수정에 대한 아무런 공식 요청이 없었으며 동맹 관계는 견고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에 관계 악화를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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