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딸 살해, 왜 못막았나 ①] 아동학대 비명 커졌지만, 이웃은 침묵했다

-주 씨 부부 지인…아동학대 정황 알고도 신고 안 해

-체벌과 아동학대 사이 모호한 인식…주변의 관심 필요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6세 딸을 17시간 동안 테이프로 묶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불태워 훼손한 혐의로 4일 구속된 양부모 주모(47) 씨와 주 씨의 아내 김모(30) 씨 주변에선 아동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양이 입양되고 숨질 때까지 2년 동안 이웃들의 신고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장기결석 아동 점검 등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는 전에 비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대와 훈육 사이의 모호한 인식 때문에 ‘아동학대 신고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의심 상황에 대한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상반기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4% 증가한 1만 2666건 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월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내놓으며 장기 결석 등 위기 아동 점검, 의료기관ㆍ교직원과 같은 신고의무자 신고 등으로 숨겨진 학대를 적극적으로 발굴했다며 증가 이유를 밝혔다.

체벌과 아동학대의 모호한 인식 때문에 주 씨 부부의 지인 등은 신고를 주저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그러나 주 씨 부부 사건처럼 일부 이웃들은 아동학대 사실을 알도고 신고하지 않았다. 주 씨 부부의 지인은 이날 한 종합편성채널과의 인터뷰에서 “(A양을) 방에만 박혀 있게 하고 잘 때도 딱딱 누워서 정확하게만 자게 하고 애가 뒤집고 그러면 소리치고 욕했다”고 말했다. 숨진 A 양에게 ‘차렷’ 자세로만 잠을 자게 하고, 잠결에 조금이라도 몸을 뒤척이면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실제 A 양의 아동학대 정황을 알 수 있었던 신고의무자도 그리 많지 않았다. 주 씨 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옮겨다닌 어린이집은 세 곳에 이른다. 심지어 마지막 어린이집엔 단 세 시간만 머물렀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주 씨 부부가 학대 정황이 드러날까봐 어린이집을 자주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A 양이 학대받는 정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주변에서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체벌과 아동학대의 경계선에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등의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판정건 1만 1708건 중 33.7%는 ‘양육태도ㆍ방법 부족’에서 비롯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체벌을 통한 훈육이 작은 매로 시작해 점점 커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기관 관계자는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더 이상 한 대든, 두 대든 체벌을 묵인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변에선 ▷아동이 보호자에게 언어적, 정서적 위협을 당한다 ▷상처나 상흔에 대한 아동 혹은 보호자의 설명이 불명확하다 ▷보호자가 아동이 매를 맞고 자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체벌을 사용한다 등의 체크리스트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기관 관계자는 “부모의 훈육 방식이 잘못돼서 발생하는 종류의 아동학대의 경우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학대가 형사처벌이 이뤄질 정도의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아동학대를 조기에 방지하기 위해선 이웃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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