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딸 살해, 왜 못막았나 ②] ‘합의만 하면 끝’…너무도 허술한 민간입양

- 친부모ㆍ양부모 합의하면 입양 허가…사전 검증ㆍ사후관리 허술한 ‘민간입양’

- ‘기관입양’의 경우 자격심사ㆍ서류심사부터 사후 방문 점검까지 철저

- 전문가, “사전ㆍ사후 부모교육 철저히 시행 등 제도적 지원 시간과 질 늘려야”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6세 입양아 사건을 둘러싸고 허술한 민간입양의 사후 관리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기관에 의한 입양이 아닌 개인 간 이뤄지는 입양의 경우, 입양 전 심사 및 사후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제도적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10년 전부터 동거해온 주모(47) 씨와 김모(30ㆍ여) 씨는 3년 전 혼인신고를 하면서 A양을 입양했다. 주 씨 부부는 지난 2014년 9월 평소 알고 지내던 A 양의 친모로부터 “남편과 이혼해 딸을 키우기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서로 합의한 후 입양을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입양기관에 의한 입양이 아닌 개인들 사이에 이뤄지는 ‘민간 입양’이었다.

주씨 부부는 그러나 A 양을 입양한 이후 학대를 반복했고 결국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포천의 한 아파트에서 벌을 준다는 이유로 A 양의 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17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이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께 집 근처 야산에서 숨진 A양의 시신을 불로 태우는 등 사체손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민간 입양에 대한 제도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관입양과 달리 민간입양의 경우, 사전 검증 과정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입양특례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입양기관에 있는 아동을 입양하는 ‘기관입양’의 과정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입양을 원하는 예비부모들은 초기상담부터 사후관리까지 입양하기 까지 10단계에 가까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서류 심사에서도 부모 자격을 심사하기 위한 수사기록조회서와 재산증빙서류 등 20가지가 넘는 서류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관입양과 달리 개인간의 민간입양은 사전 검증 절차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소관으로 친부모와 양부모가 합의하면 가정법원이 간단한 절차를 거쳐 입양을 허가한다. 양부인 주 씨 역시 사기와 폭력 등 전과 10범이 넘는 위험인물이었지만 A 양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민간입양 사례에선 입양 후 법원의 사후관리 또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 입양의 경우, 입양이 이뤄진 후에도 1년에 4번 사회복지사가 불시에 가정을 방문해 아동의 상태를 점검하는 등 사후 관리 또한 철저하다. 하지만 ‘민간 입양’은 법원이 개인 간 입양을 허가해 준 뒤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김외선 한국입양가족상담센터 센터장은 “입양기관에 의해 입양된 아동에 대해선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전에 철저하게 양부모가 부모될 자격이 있는 지 검증을 하고 입양 후에도 사후 관리까지 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민간 입양의 경우 민법의 영역이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아이를 맡기는 차원에서 벗어나 입양 후 양부모들을 오랜 기간동안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말한다. 황옥경 한국아동권리학회 회장은 “‘사후 관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게 되면 양부모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며 “친권을 보유한 입양가정의 양부모들을 돕는 ‘지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기관입양의 경우 사전 부모교육 8시간을 반드시 이수하게 돼있지만, 민법에 의해 입양하는 부모의 경우 사전 부모교육이란 게 없다”며 “입양부모의 경우 알아야 하는 것들을 아이의 발달상태에 맞게 교육할 수 있게끔 제도적 지원의 시간과 질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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