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기로에 선 한인의류업계

당분간 위축 불가피…쇠락 아닌 재도약 위한 발판 마련 절실각 업체 특성 살려 경쟁력 확보해야

빈쇼룸1
LA한인의류업계가 불과 2년 사이 26% 가량 업체수가 급감했다. 사진은 업체수가 크게 줄어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의류 도매 상가.

재도약을 위한 자연스런 시장 개편인가? 쇠락의 전조인가?

지난 2년 사이 의류업체 4곳중 한 곳이 문을 닫았다. 30년이 넘는 한인 의류 업계 역사상 업체수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2007년 이후에는 2~3년 주기로 200개에서 많게는 300개 이상 업체수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 450개 넘게 의류 업체가 문을 닫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 시장의 몰락인가?

30년 넘게 급속한 성장을 기록한 LA지역 한인 의류업계가 최근 2년 사이 크게 위축된 것을 두고 쇠락과 재도약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많다.

당분간 업계가 더욱 위축할 것이라는 의견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추가 위축론의 근거는 최근 몇년사이 일어난 시장 변화에 있다.

‘우군’ 즉 LA한인 의류업계에서 물건을 사주던 ‘우리 편’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주 요인이다.

5~6년전만 해도 LA한인의류업계 전체 시장 규모 중 멕시코(30~40%)를 포함해 중남미에서 직접 찾아오던 구매자들이 비중은 절반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환율 급등과 중국과의 직거래 증가, 마약자금 세탁 의심에 따른 대규모 수사 등의 여파로 최근 이들 고객들의 발길이 급감했다.

대형 거래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포에버21 역시 최근 몇년사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의 초대형 의류 업체 뿐 아니라 아예 중국과 베트남에 있는 대형 생산 업체와 거래를 늘려가는 추세다. 자연히 LA지역 한인 업체와의 거래는 해마다 급감할 수 밖에 없다.

빠른 유행이 가미된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해 온 LA한인의류상권 특성을 활용해 판매에 매진했던 중소규모의 미국내 의류 유통 업체들 역시 최근 2~3년 사이 20곳 이상 문을 닫거나 파산보호 상태에 이르렀다.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소규모 의류 부띡매장들은 대형 패스트패션 업체들의 매장 확대와 TJX로 대표되는 오프 프라이스 체인들의 공세로 인해 문을 닫은 곳이 적지 않다. 말 그대로 LA한인의류 업계의 ‘우군’들이 최근 5~6년 사이 빠르게 줄었지만 한인 의류업체수는 2년전까지 기형적으로 급성장해 온 셈이다. 지난 2년 사이 500개 가까이 의류업체수가 줄었지만 앞으로 최소 100개 많게는 500개 가량 추가로 문을 닫아도 현재 판매 시장과 비교해 무리가 아니라는 일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문을 닫은 업체 중 중간 규모 이상의 업체는 거의 없다는 점을 볼때 업계의 성장 동력이 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다. 지난 30여년간의 LA지역 한인 의류업계 역사를 봤을때 중간급 이상의 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나 세일즈 담당자가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경력 직원들의 창업은 거의 찾아 볼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샌페드로 패션마트협회 단 리 회장은 “젋은 세대들의 끊임없는 창업은 과도한 납품 단가 인하와 디자인 복제라는 문제점도 있었지만 신규 유입을 통한 업계의 경쟁력 확보라는 선순환 구조도 분명히 있었다”라고 말했다.

재도약의 발판 여전히 위기 상황이 쉽게 가실 기미가 없지만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전 세계에서 몇손가락 안에 꼽히는 의류생산 및 도매 거래 상권인 LA 다운타운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바이어들이 주목하고 있는 주요 패션 거점 답게 업체마다 경쟁력을 갖춰 변화된 모습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물론 현재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지만 15년전 소규모였던 A업체가 타 업체보다 빨리 해외 생산에 집중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현재는 업계 부동의 1위의 매출을 올리고 현재까지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중인 점은 한번쯤 생각해 볼만 한 일이다.

이 업체의 대표는 “15년전만해도 업계의 대형 업체들의 틈바구니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라며 “현재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각 업체의 특성을 업주가 먼저 파악하고 잘 할수 있는 분야부터 집중한다면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고객이 중심이었던 판매 구도 역시 최근 5~6년 사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점 역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미 미국내 대형 백화점 체인 뿐 아니라 주요 의류 유통 업체들이 LA한인의류 도매업계와 거래 관계를 늘리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제품이 좋고 가격이 맞으면 이들 대형 유통 업체들의 제품을 구매하고 또 지속적으로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쟁력만 갖춘다면 새로운 ‘우군’을 만들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인의류협회 장영기 회장은 “현재 상황을 봤을때 당분간 업체수 감소를 비롯한 시장 위축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라며 “각 업체마다 규모나 상황이 다르겠지만 제품 기획부터 생산을 거쳐 판매에 이르는 전분야에 걸쳐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다면 현재의 위기를 딛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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