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디자인포럼2016③]‘제품 아닌 작품’…LG전자 시그니처의 협업, 格을 바꾸다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그런 의문이 들었죠. 고객들은 정말 성능이 개선된 제품을 선택할까?”

가전시장의 경쟁은 치열하다. 매년 신제품이 쏟아지고, 각사는 작년과 다른 기술을 선보인다. 비슷비슷한 성능을 갖췄지만 우리회사 제품이 더 낫다고 뽐내는 시장. 선택지를 받아든 소비자는 혼란의 연속일 뿐이다.

“무언가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내놓자는 게 ‘시그니처’의 시작이었습니다”

2016년 iF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다수의 상을 휩쓴 LG시그니처의 탄생을 진두지휘한 노창호 LG디자인센터장의 설명이다. 


시그니처 프로젝트는 2년이란 기간을 거쳐 초(超) 프리미엄 가전의 탄생으로 그 여정을 마쳤다. 디자이너는 콘셉트를 잡는 것부터 혁신적 요소에 대한 정의ㆍ제품 개발ㆍ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이른바 ‘선 디자인ㆍ후 개발’ 프로세스다.

노 센터장은 “비용과 개발기간 때문에 디자인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프로토타입을 목표로 가지고 훼손하지 않고 끝까지 가자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며 “디자인을 수정하려면 디자인위원회에서 통과가 돼야 하는 구조로 업무 플로우(흐름)를 개선했는데, 이 디자인위원회에는 CEO는 물론 GMO, CTO, 디자인센터 인력, 외부 디자인 자문단까지 포함됐다. 사실상 수정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엄격한 디자인 정책에 말못할 고충도 많았다. 냉장고 홈바를 두드리면 불이 들어오면서 내부를 볼 수 있게 디자인된 LG시그니처 냉장고가 그 중 하나다. 냉장고 문에 들어가는 베젤이 단열 기능을 가지려면 적어도 45㎜의 두께가 필요한데, 디자이너가 제시한 것은 30㎜ 전후였다. 8개월의 연구 끝에 30㎜ 두께에도 단열이 가능한 베젤이 탄생했다. 냉장고 내부 선반 하단에 들어가는 무접접 LED조명도 R&D결과의 산물이다. 습기에 약한 LED가 냉기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핵심이다.

LG디자인의 지향이자 핵심은 ‘제품의 본질가치가 드러나는 정제된 디자인’이라는게 노창호 센터장의 설명이다. 심미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제품 본연의 가치를 드러내는 데 방해가 된다면 바로 폐기한다. 제품의 ‘핵심(essence)’에 다가서는게 디자이너의 역할이자, 디자인센터가 필요한 이유다.

LG전자 디자인센터는 이같은 토대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개별 제품 사업부와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제품 대응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이동통신 분야 디자인을 담당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디자인 연구소와 TV, 모니터, 오디오, 홈시어터 등과 B2B사업을 지원하는 홈 엔터테인먼트(HE) 디자인 연구소,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소형가전 등을 담당하는 홈 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디자인 연구소, 그리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기기 등을 디자인하는 비히클 컴포넌츠(VC) 디자인 연구소에 일관된 이미지로 기업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 거버넌스 실이 있다.

LG전자의 초(超)프리미엄 가전 LG시그니처 탄생을 지휘한 노창호 디자인센터장 


분야가 광대하다보니 일하는 디자이너의 스펙도 다양하다. 전공으로만 따지면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인터렉션 UX, 심리학, 인문학, 공대 등 거의 모든 학문을 망라한다. 노 센터장은 “디자이너의 역할은 스타일링에 그치지 않는다. 얼마나 창의적으로 발상을 하는지, 제품의 핵심을 뚫어보고 콘셉트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LG시그니처의 라인업

최근 가전디자인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IoT(사물인터넷)에 대한 생각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IoT가전의 장점은 사용자의 사용정보가 고스란히 축적된다는 점이다. IoT가 적용된 냉장고에는 사용자가 하루 몇 번, 어떤 시간대에 문을 여는지, 냉장실을 주로 사용하는지 냉동실을 주로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노 센터장은 이런 정보를 활용한다면 디자인도 바뀔 것이라고 봤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IFA 2016에서 LG전자는 아마존IoT 서비스와 결합한 스마트홈 솔루션을 공개, 전세계적 호평을 받았다.

이한빛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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