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미만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 줄줄이 등장…눈높이 낮춰 틈새공략 집중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가격으로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가치를 드리겠습니다”

장재준 전 지엠코리아 대표(현 쉐보레 브랜드 및 딜러네트워크 담당)가 캐딜락 플래그십 세단 CT6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했던 말이다. 같은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이면서도 1억원을 훌쩍 넘는 S-클래스와 달리 7000만원대의 E-클래스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각오였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에서 선보인 최상위 등급의 플래그십 세단들이 잇따라 1억원 미만의 가격대로 출시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국산 및 수입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들이 대부분 1억원대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한단계 낮은 가격대로 나오는 셈이다. 여기에 성능 및 내부 소재 등도 기존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보다 낮게 조정하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덩달아 눈높이도 경쟁사의 똑같은 플래그십 세단이 아닌 한등급 아래의 중형 세단들에 맞추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5일 캐딜락에 따르면 CT6의 가격은 세부모델별로 프리미엄이 7880만원, 플래티넘이 9580만원이다. 프리미엄 모델만 놓고 보면 7700만~7900만원에 이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 300 4매틱과 같은 가격이다. 1억3000만원대인 S-클래스보다는 5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사진=캐딜락 CT6]

이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나온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지위와 함께 기존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보다 가격대를 낮춘 실리를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틈새공략이다. 가령 S-클래스보다 아래인 E-클래스를 사려는 고객 중 같은 값이면 다른 럭셔리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뒷받침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통하는 분위기다. CT6가 7000만원 후반대부터 시작하는 가격대로 나오자 지난달 초까지 사전계약만 400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말까지 출고된 물량은 160대에 이른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내놓은 플래그십 세단 S90은 CT6보다도 저렴하다. 5990만~7490만원으로 가솔린 모델 T5(6490만~7190만원)만 놓고 비교하면 럭셔리 수입 중형 세단은 물론 국산 제네시스 G80 3.8 모델(6170만~7420만원) 수준밖에 안 된다. 

[사진=볼보 S90]

이를 바탕으로 볼보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플래그십 세단인 S90을 갖고 타사의 주력 모델인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을 경쟁 모델로 삼았다. 이들과 비슷한 가격대로 플래그십 세단이란 프리미엄을 갖고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S90도 사전예약에 들어간 지 영업일 기준 6일 만에 100대를 돌파할 정도로 초반부터 심상찮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 링컨에서 나오는 플래그십 세단 컨티넨탈도 다음달께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여타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보다 가격을 낮춰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공개된 2017년형 컨티넨탈 가격은 4만4560~6만4915달러로 통관비용과 부가세를 고려해도 최고 가격이 1억원 미만으로 잡힐 공산이 크다. 포드코리아도 내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플래그십 세단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링컨 컨티넨탈]

이처럼 기존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보다 가격이 낮은 모델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이 미국 럭셔리카 시장을 닮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1억원 이상의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지만 미국에서는 세그먼트별로 구분돼 미드사이즈 분야에서 CT6, S90 등이 E-클래스, 5시리즈, A6 등과 경쟁하고 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각 럭셔리 브랜드에서 국내에 최초로 내놓는 플래그십 세단들이 생겨나면서 국내 럭셔리 세단 시장도 체급이 혼재된 형태의 경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