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의 배신 ②]지표는 좋은데…“英 파운드화의 악몽이 배회한다”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1.30% 오른 7074.34로 마감했다. 이틀째 급등세다. 더욱이 FTSE 100 지수가 7000선을 돌파한 것은 작년 중반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이다.

파운드화 가치하락에 영국의 지표들이 선방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영국의 9월 제조업 PMI가 55.4로 전달 53.4에서 2포인트 뛰었다고 밝혔다. 8월 지표가 전달에 비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인데 이어 상승세를 지속했다.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따라 수출 기업들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 이 같은 호재를 뒷받침해 준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FTSE 지수도 호황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TSE지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치른 지난 6월 23일 이후 12% 상승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최근의 영국경제 전반의 지표 선방은 모두 파운드화 가치 하락 덕분이다. 특히 파운드화 가치가 31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이 같은 호조세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운드화는 4일 장중 파운드당 1.2719달러까지 가치가 하락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늦어도 내년 3월말 이전까지는 공식 탈퇴 협상을 개시할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통화 가치 하락의 부작용이 본격화되면 영국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뿐 아니라 유럽 경제에 파운드화의 악몽이 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운드화 약세에 따른 악영향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하면 영국 경제도 본격적으로 장애물을 만나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우선 수출의 대척점인 제품 수입 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러한 기업의 제품을 사거나 수입 완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나빠질 수 있다.

코발트와 니켈 제품 관련 원자재 공급업체 다크람 매테리얼스의 케이트 미게이 매니징 디렉터는 “이런 상황이 우리의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에 대한 비용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증가한 탓이다.

파운드화 약세에 따라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로 브렉시트 우려를 상쇄하려는 영란은행(BOE)의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지나친 인플레이션은 막으면서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실제로 현재의 긍정적 경제 지표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식 협상이 가시화될수록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는 줄어들고, 파운드화는 더한 약세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UBS의 존 레이스 영국 금리 전략 부문 대표는 “(브렉시트 결정 후) 갑작스런 충격이 온 뒤 이 것이 호전되면서 하락세를 방어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이보다 부정적인 지표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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